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원·달러 환율이 넉 달 만에 장중 1410원대를 돌파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10원을 돌파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025.9.26/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우리가 그동안 다른 나라로부터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관세 무역 합의 덕분에) 일본에서는 5500억달러, 한국에서는 3500억달러를 받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말했다. 관세 인하를 받고 싶다면, 3500억달러 대부분을 현금으로 내놓으라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의 발언은 우리 대통령실이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펀드와 관련해 ‘무제한 통화 스와프’와 ‘상업적 합리성’을 한국이 수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임을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한미 간 이견 때문에 차 관세 인하가 미뤄지는 가운데, 양국 정상마저 상호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으며 맞서는 형국이다. 양국의 줄다리기가 다음 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같은 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 장관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대미 투자 금액을 3500억달러보다 소폭 증액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는 한국 경제 규모와 외환 보유고가 일본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을 미국에 최대한 어필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도리어 일본 대미 투자액인 5500억달러에 근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국에 요구했다는 뜻이다.

관세 협상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3500억달러 이상의 금액을 요구받은 바 없다”고 밝혔지만, 26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전날보다 11.8원 오른 1412.4원에 마감하며, 넉 달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