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뉴스1

LG그룹 본사인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올 연말 몇몇 계열사들이 입주와 퇴거를 할 예정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이사이지만, 트윈타워를 누가 떠나고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우는지, 그 내부의 움직임은 LG그룹 내 각 계열사가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각각 지상 34층의 동·서관 두 동(棟)으로 이뤄진 트윈타워는 여의도 노른자 땅에 있습니다. 주력 계열사들은 그룹 지주사인 ㈜LG로부터 각 층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임차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핵심 계열사들이 트윈타워를 채워 왔죠.

서관을 통째로 빌려 쓰는 LG전자는 ㈜LG와 올해 보증금 260억원에 연 임차료 312억원으로 계약을 했습니다. 동관에선 그룹 모태인 LG화학(12개 층)이 유일하게 10개 층 이상을 쓰고 있습니다. 나머지 층은 LG디스플레이와 ㈜LG가 주로 씁니다.

올해 일부 계열사가 트윈타워를 떠나게 됩니다. 첫 트윈타워 이탈자는 최근 사업 불황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LG디스플레이입니다. TV와 스마트폰, 차량용 화면 등을 만드는 계열사인데 중국발(發) 저가 공세로 최근 3년간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원래 8개 층을 썼는데 작년부터 순차적으로 이동을 시작해 올 연말까지 그 절반인 4개 층을 빼서, 파주와 마곡으로 옮길 예정입니다.

정철동 디스플레이 사장도 트윈타워 대신 파주 공장과 마곡 R&D(연구·개발) 단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이번 ‘이사’는 사업 현장에서 가깝게 일하자는 취지가 우선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땅값 비싼 여의도에서 방을 빼 비용을 아끼려는 목적도 있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귀띔합니다.

LG의 상징 트윈타워의 빈 공간을 누가 채우느냐는 그룹의 방향성을 가늠해보는 실마리가 되기도 합니다. LG디스플레이가 연말에 퇴거하며 공실이 될 층은 현재 그룹의 주력인 인공지능(AI) 인력으로 채워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트윈타워 인근에서 일하는 LG화학 소속 AX(AI 전환) 전문가들이 들어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10년 뒤 LG트윈타워엔 어떤 인력들이 일하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