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HD현대중공업 사내 하청업체 노동조합이 원청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이달 중순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원청이 직접 교섭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삭감된 일당 회복 및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 중인 사내 하청지회는 각각 다른 하청 업체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조다. 이들은 각각의 업체와 단체 교섭을 진행했다. 지난 5월 태영엔지니어링의 상견례를 시작으로, 경일기업·금농산업·나드마린·대호기공·선진기업 등이 교섭을 벌였다. 하지만 지난 3일 교섭이 결렬되면서 파업이 벌어졌다.
하청 노조는 HD현대중공업이 근로자들의 작업 시간·방법·일정 등을 통제하는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어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금속노조는 2017년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단체교섭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사용자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2018년 대법원에 회부돼 5년 넘게 심리가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하청 노조의 요구에 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급여 인상·처우 개선·고용 보장 등 요구 사안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이 사용자로서 처분권이 있는지 불명확하고 교섭에 응하면 다른 협력 업체와도 교섭해야 하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의 협력사 수는 약 3350개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1차 협력사만 1400여 개에 이른다.
노조 측은 일부 사내 하청업체가 지난 5월부터 임금을 삭감했다며 이를 회복하고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근로 조건, 근무 시간, 임금 인상, 복지, 고용 유지 등을 규정하는 노사 기본 합의서 체결도 요구 중이다. 이 밖에도 격려금 지급, HD현대미포와 합병 시 고용 보장도 요구하고 있다.
한 노무사는 “원청 입장에서는 비용 예측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 하청 업체와의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란봉투법이 시행돼도 교섭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