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국내 대표 농기계 기업 중 한 곳인 TYM은 공동 R&D(연구·개발)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AI 설루션 기업 마음AI, 농업 데이터 기업 AIS, 작업기 제조사 두루기계, 온누리기계 등 10사와 인공지능(AI) 기반 자율 주행이 가능한 트랙터 등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농기계 기업 대동의 로봇 자회사 대동로보틱스도 이달 초 뉴로메카·뉴빌리티 등 AI 기업 8곳과 협의체를 꾸렸다. 내년 한국과 북미에 자율 주행 트랙터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한국 농기계 기업들이 기술 연합을 통한 미국발(發) 관세 쇼크 극복에 나섰다. 국내 농기계 업체들은 매출의 70% 안팎을 트랙터 수출에서 올린다. 이 가운데 대미 수출이 80%를 차지할 만큼 미국 시장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농기계 기업들은 북미 시장에 100마력 이하 중소형 트랙터를 주력으로 수출해 왔는데, 트럼프 정부발 관세 폭탄으로 상호 관세 15%에 철강·알루미늄 함유량에 따른 부품 관세까지 맞게 됐다. 트랙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라는 최대 강점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지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처지가 되자, 공동 개발을 통해 기술력으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을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농기계 기업들이 ‘공동 대응’을 택한 이유는 존디어, 구보타 같은 글로벌 농기계 기업들보다 규모 면에서 절대적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그들과 경쟁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개별 기업 차원에선 투자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동 R&D로 비용을 줄이고,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관건은 가성비를 갖춘 자율 주행 제품을 단기간에 내놓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관세 쇼크와 별개로, 미국 농기계 시장도 침체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기반 장비제조업협회(AEM)에 따르면, 미국 100마력 이하 중소형 트랙터 판매량은 코로나 사태 당시 취미 농사 열풍으로 2021년 32만대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20만9000대로 주저앉았다. 올해는 ‘20만대 벽’마저 무너져 19만대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반 트랙터보다 비싼 자율 트랙터를 미국 현지 농가가 쉽게 구입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가성비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