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HMM 외에 여러 해운사를 부산에 유치하겠다고 공언하자 해운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 산업은행이 최대 주주인 HMM과 달리 민간 기업의 본사를 정부가 이전하는 것은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해운사는 영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본사 위치를 정하는데, 해양업계 발전을 지원해야 할 해수부가 오히려 영업을 방해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 장관은 부산에서 해양산업계, 상공계, 시민사회와 첫 간담회를 열고 7대 정책 과제를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책 과제로는 ▲해수부 본부와 산하 기관 부산 이전 ▲HMM 본사 유치와 해운 클러스터 조성 ▲부산 해사법원 설립 ▲북극항로 대비 인프라 확충 ▲해운거래소 설립과 해양금융 허브 구축 ▲동남투자공사 설립 ▲수산정책 강화 및 어민과의 소통 제도 마련 등이 제시됐다.
전 장관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HMM 외에 해운 기업 몇 개를 부산으로 더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해수부 본부, HMM 본사의 부산 유치는 대통령 공약이기에 그대로 추진돼야 하고 해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선 다른 해운사도 부산에 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임시 청사 건물까지 확정된 상태다.
해운업계에서는 해수부 주장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해운사가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면 인력이 이탈할 수 있고 업무도 비효율적이 되기 때문이다. 화물 운송을 의뢰하는 화주는 주로 수도권에 있어 본사도 같은 지역에 있는 게 효율적이다. 과거 SM상선은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었으나 영업 및 다른 계열사와의 협업을 고려해 서울로 본사를 이전했다.
본사 이전이 주주 이익에 반할 경우 주주의 동의를 얻기도 어렵다. 주식회사의 본사 이전은 상법에 따라 정관 변경 사항에 해당한다. 정관을 바꾸려면 주주총회에서 특별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의결권 3분의 2가 동의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경영권 침해 논란으로 번질 여지도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HMM 내부에서도 부산 이전에 대해 직원 반발이 심하다.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때문에 (본사 이전에 따른) 세제 혜택도 어려울 텐데 기업으로선 갈 이유가 없다. 지역 균형 발전에 해운업계를 끼워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자체, 관계 기관 등과 이전지원협의회를 구성해 다양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해 선사의 자발적인 이전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