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뉴스1

최근 10년간 중국 기업의 성장 속도가 한국보다 6배 이상 빠르다는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분석이 나왔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수익성 등이 좋은 기업 2000곳을 모아 매년 6월쯤 발표하는 ‘글로벌 2000’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기업 역동성 측면에서 한국이 중국에 비해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中기업 성장속도, 韓보다 6.3배 빨라

23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글로벌 2000’에 포함된 기업 수는 중국이 180개에서 275개로 52.7% 급증한 반면 한국은 66개에서 62개로 오히려 감소했다. 미국은 575개에서 612개로 6.5% 늘었다.

기업 생태계 전체 매출액 성장률 격차는 더욱 극명했다. 10년간 한국 기업들의 합산 매출액은 1조5000억달러에서 1조7000억 달러로 약 15%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중국은 4조달러에서 7.8조 달러로 95% 늘었고, 미국도 11조9000억달러에서 19조5000억 달러로 63% 늘었다. 중국 기업의 성장 속도가 한국의 6.3배에 달하는 셈이다.

◇IT·AI기업이 성장 주도하는 美·中

성장을 주도한 기업들도 국가별로 달랐다. 중국은 알리바바, BYD, 텐센트 등 IT·첨단기술 기업들이 크게 성장했고, 에너지,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글로벌 기업들이 등장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의 경우, 매출액이 2015년 114억7700만 달러에서 2025년엔 1363억9300만 달러로 1098% 늘었다.

미국도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공지능(AI)·첨단기술 기업들이 견인차 역할을 했고, 테슬라, 우버, 에어비앤비 등 혁신 기업들의 신규 진입도 활발했다. 엔비디아는 10년간 매출액이 47억 달러에서 1305억 달러로 2787% 늘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281% 늘었다.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기존 대기업들과 금융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됐다. 2025년 ‘글로벌1000’에 등재된 한국 기업 62곳 중 상위 10개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KB금융그룹, 기아, 신한금융그룹, 한국전력, 하나금융그룹, 현대모비스, 우리금융그룹으로, 10곳 중 4곳이 4대 금융지주였다. 심지어 20위로 우리나라 기업 중 가장 순위가 높은 삼성전자는 10년 간 매출액 성장률이 13%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 “성장하는 기업에 지원해야”

대한상의는 “한국 기업 생태계는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원은 줄고 규제는 늘어나는 역진적 구조”라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김영주 부산대 교수가 12개 주요 법률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되면 규제가 94개로 늘고, 중견에서 대기업을 넘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되면 343개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한 해에 중소기업에서 중견으로 올라가는 비중이 0.04%, 중견에서 대기업 되는 비중이 1~2% 정도”라며 “미국이나 중국처럼 다양한 업종에서 무서운 신인기업들이 빠르게 배출되도록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기업 생태계에 역동성을 불어넣기 위해, 성장한 기업에 규제가 아닌 보상을 주고, 성장형 프로젝트에 지원을 해야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