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올 2분기 대미(對美) 수출 과정에서 부담한 관세는 총 33억달러(약 4조6000억원)로, 중국, 멕시코, 일본, 독일, 베트남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째로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정부 출범 전인 작년 4분기와 비교하면 관세가 무려 47.1배나 증가한 것으로, 관세 부담 증가 속도 면에선 세계 1위였다. 한국은 올 1분기까지도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적용돼 관세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의 관세 부담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관세 통계를 분석해 21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2분기 한국이 부담한 대미 수출 관세액은 33억달러로 중국 (259억3000만달러), 멕시코(55억2000만달러), 일본(47억8000만달러), 독일(35억7000만달러), 베트남(33억4000만달러)에 이어 6위였다.
작년 4분기 대미 수출 관세액은 7000만달러였지만, 올해 2분기에 무려 47.1배로 증가한 것이다. 미 수출 상위 10국 중 단연 1위로 캐나다(19.5배), 멕시코(17.8배), 일본(8.2배), 독일(6.3배), 대만(4.8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중국은 전임 바이든 정부 때부터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태양전지 등에 고율 관세를 적용받고 있는 탓에 관세 증가액(141억8000만달러)은 가장 컸지만 관세 증가율(2.2배)은 10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관세 부과액을 수출액으로 나눈 실효 관세율을 보면, 한국은 10%로 중국(39.5%), 일본(12.5%)에 이어 대미 수출 상위 10국 중 3위였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100만달러짜리 물건을 팔면 평균적으로 10만달러가 관세로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대한상의는 “2분기 대미 수출액이 328억6000만달러로 세계 8위임을 고려하면, 수출 규모 대비 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대미 수출 품목 중 2분기 가장 많은 관세를 부과받은 품목은 자동차 및 차 부품(19억달러)이었다. 전체 관세액의 57.5%를 차지했다. 지난 4월부터 완성차, 5월 자동차 부품에 각각 25%의 품목 관세가 부과된 영향이다. 차·부품에 이어 기계류(3억1000만달러), 전기·전자(3억1000만달러), 철강(2억9000만달러), 알루미늄(9000만달러) 순으로 대미 관세액이 높았다. 기계와 전기·전자 품목은 상호관세 적용과 함께 제품에 함유된 철강·알루미늄의 파생상품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3월에 25%, 6월부터는 50%의 품목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대한상의는 수출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입법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지난 7월 30일 타결된 한미 관세 합의를 조속히 적용해 자동차·자동차 부품 관세율을 15%로 낮추고, 반도체·의약품 등 관세 미발표 품목에 대해서도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