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심해 가스전 ‘대왕고래’ 구조가 1차 시추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났지만, 세계적으로도 첫 탐사 시추에서 곧바로 상업성 있는 매장량을 발견한 사례는 드물다.
우리의 경우 과거 성공적으로 개발했던 국내 동해 1·2가스전도 11번의 시추를 거듭한 끝에 성공했다. 1960년대 탐사를 시작한 남미 가이아나 리자 유전도 2015년 진행한 14번째 탐사에서 석유·가스를 처음 찾아냈다. 이곳은 매장량이 최대 110억배럴에 달해 ‘21세기 최대 석유 개발’로 꼽힌다. 남미 최빈국이었던 가이아나는 반세기 노력 끝에 초대형 유전을 찾아내며 ‘석유 부국’으로 단숨에 도약했다.
해외 유전 탐사 역사에서는 여러 시행착오 끝에 석유·가스 개발에 성공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산유국인 아프리카의 리비아도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리비아 해상 광구는 한국석유공사가 1990년대 중반 참여해 초반 다섯 차례 시추를 진행했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여섯 번째 시추에서 10억배럴 규모가 매장된 초대형 유전 ‘엘리펀트’를 발견했다.
‘대왕고래 구조’를 중심으로 한 동해 심해 가스전 1차 시추에서 경제성 있는 자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도, 시추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이번 시추를 통해 귀중한 지질 정보를 얻은 만큼 이를 토대로 다른 유망 구조를 평가해야지 한 번의 실패로 전체를 접을 일은 아니다”라며 “여러 탐사 경험이 쌓이다 보면 유사한 구조끼리 분석해 시추 가능성을 가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주요 산유국도 석유·가스 생산까지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유럽의 대표 산유국으로 꼽히는 노르웨이는 1960년대 북해 대륙붕에서 탐사를 시작했지만, 32번의 시추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1969년 33번째 시추에서야 35억배럴 규모의 에코피스크 유전을 발견했다. 그 후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 국부 펀드를 운용하는 산유국으로 발돋움했다. 이스라엘 역시 2009년 타마르 가스전을 발견하기 전까지 15년간 심해 지역 9곳의 ‘소득 없는’ 탐사 시추를 이어가야 했다. 브라질도 시행착오 끝에 2006년 리우데자네이루 앞바다 ‘프리솔트’ 지층에서 초대형 유전을 찾아내며 남미 최대 산유국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미국·유럽의 원유 생산량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멕시코만 심해 유전과 영국 북해의 브렌트유 역시 수십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발견됐다. 멕시코만은 1980~90년대 심해 탐사에서 성공률이 10% 남짓에 불과했지만, 1999년 영국 BP가 ‘선더호스’ 등 세계 최대급 심해 유전을 확보하며 성과를 거뒀다. 영국도 북해 개발 초기 수많은 건공(乾孔·석유나 가스가 나오지 않는 시추공)을 경험한 끝에 1970년대 브렌트 유전을 발견하며 본격적인 ‘북해 석유 시대’를 열었다. 1947년 발견된 캐나다 앨버타주 레덕 유전에서는 건공을 133개 뚫은 끝에 석유·가스가 나왔다. 이 유전은 캐나다 서부 지역에서 ‘석유 탐사 붐’을 일으키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 사례에 비춰볼 때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국가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석유공사의 설립 목적인 만큼 국내외 유전·가스전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