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4대 그룹인 삼성, SK, 현대차, LG에 포스코, 한화, HD현대까지 10대 그룹 중 7곳이 18일 올해 채용 규모만 총 4만명에 이르는 청년 채용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한 지 단 이틀 만에 기업들이 일제히 채용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그룹별 채용 규모는 삼성이 연 1만2000명으로 가장 크다. 올해부터 5년간 총 6만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요 부품 사업,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은 바이오 산업, 핵심 기술로 급부상한 인공지능(AI) 분야 등에 집중해서 채용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K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올해 각각 8000명, 7200명을 뽑기로 했다. 한화는 56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LG그룹은 올해부터 3년간 경력 채용 30%를 포함한 약 1만명을, 포스코그룹은 5년간 1만500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HD현대도 올해 1500명 채용을 시작으로 5년간 1만명을 새로 뽑는다.
기업들의 개별 채용 계획 발표와 별도로 재계는 오는 10월 대규모 민관 합동 채용 박람회도 연다. 이날 한국경제인협회는 “고용노동부, 동반성장위원회 등과 함께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삼성·SK·현대차 등 주요 그룹 11곳과 우수 협력 업체 300여 곳이 참여하는 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제계가 공동으로 대규모 채용 박람회를 여는 것은 15년 만의 일이다. 취업 포털 ‘사람인’ 채용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채용관도 10월부터 3개월간 운영한다.
◇삼성, 5년간 6만명 채용… SK·현대차도 올해 7000명 넘어
이날 채용 계획을 밝힌 일곱 그룹 중 5곳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채용 규모를 종전보다 늘렸다”고 밝혔다. 삼성의 경우 최근 실제 채용 인원이 연 1만명 안팎이었는데 20% 정도 더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채용 규모를 올해 7200명에서 내년에는 1만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청년 고용 활성화를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 산학 협력 등도 늘리기로 했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그룹 채용 규모를 2600명 수준으로 계획했으나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400명이 늘어난 3000명 수준을 고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도 하반기 채용 규모를 상반기(2100명)보다 1400명 늘리겠다고 했다. 특히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 방산 부문에서만 2500명을 채용하며 우수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도 미국과 협력 가능성이 커진 조선업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인력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SK와 LG는 “채용 규모는 예년 수준”이라고 했다.
최근 대기업들은 연간 채용 규모나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특정 시기에 신입 사원을 대규모로 뽑는 공채 제도를 상당수 폐지한 데다, 시장 상황 등에 따라 각 기업에서 인력이 필요한 정도가 수시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날 기업들은 삼성의 발표를 시작으로 ‘몇 년간 몇 명을 뽑겠다’는 식의 채용 계획 발표를 내놓았다. 이틀 전 이재명 대통령의 주문에 대한 일종의 화답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기업들에 특별 요청을 드릴까 한다”며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기업들의 기업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청년 고용난이라는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데에도 정부와 함께 힘을 합쳐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8일 기업들의 잇따른 채용 확대 발표 이후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통령의 호소에 화답해 준 기업에 감사드린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20일 청년의 날을 앞두고 이번 주를 ‘청년 주간’으로 특별 지정하고 최근 청년 관련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 충격에다 국내에선 상법 개정에 노란봉투법 등 기업들이 부담스러운 각종 법안들이 현실화하면서 당장 내년 경영 계획도 짜기 어려울 정도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그런 처지에서 기업들이 향후 5년 간의 채용 계획까지 미리 정해서 제출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