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이 최근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한수원이 윤석열 정부 당시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공사를 따내는 과정에서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WEC)와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황 사장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황 사장은 2022년 8월 취임해 지난달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 인사가 지연되면서 직무를 수행해왔다. 공공기관운영법은 후임자 임명 전까지 기관장이 직무를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의 사퇴 요구가 거세지자 결국 물러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황 사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사표를 제출했고 사직 처리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인 한수원의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제청과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야 공식 면직된다.
앞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지난달 한수원과 한전이 2024년 체코 원전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WEC와 ‘노예 계약을 맺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향후 50년간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WEC에 기술 사용료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를 지급하고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 기자재를 구매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수원이 북미·유럽연합(EU)·영국·우크라이나·일본 등지에서 신규 원전 사업을 수주하지 않기로 한 조항 등도 문제를 삼았다.
민주당은 “국익과 주권을 내어준 굴욕 협정”이라며 “원자력 기술 주권을 포기하는 매국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수원은 “체코 공사를 수주하고 원천 원전 기술을 가진 WEC와 공동으로 해외 사업을 공략하기 위한 정상적인 계약”이라는 입장이다. 한수원은 WEC 측에 합작 법인을 만들어 신규 원전 사업을 공동 수주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이를 추진해왔다.
황 사장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전대욱 경영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하지만 한수원의 리더십 공백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WEC와 미국·유럽 등 주요국의 원전 시장을 함께 공략하기 위해 한수원이 추진해온 합작회사 설립 논의도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관할이 바뀌는 과정에서 권한이나 역할과 관련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