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항에 전기차를 포함한 기아의 수출용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한국이 세계 10대 수출국 중 수출 품목 및 대상국 쏠림 현상이 가장 심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수출 기업의 생존과 성장은 수출 품목과 국가의 다양성과 직결되는 만큼, 기업 규모와 여건에 맞는 수출 다변화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 수출의 다변화 현황과 수출 지속 및 성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10대 수출국의 수출 대상 국가 및 품목이 얼마나 편중돼 있는지 보여주는 집중도 지수(HHI)를 추산했다. 이 숫자가 낮을수록 국가·품목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는 뜻이다.

그 결과 한국은 지난해 수출 국가·품목 집중도 모두 10대 수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수출 국가 집중도 지수는 918로, 한국과 무역 규모가 유사한 일본(892), 프랑스(549), 이탈리아(486)에 비해 훨씬 높았다. 또 2000년대 이후 주요 제조국들의 수출 국가 집중도가 하락 추세였지만, 한국은 전반적으로 상승하며 편중 현상이 더 심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수출 품목 집중도 역시 한국은 2000년 332에서 지난해 520으로 큰 폭으로 상승, 수출 품목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뒤를 이은 일본(389), 영국(344) 등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였다.

연구원은 “최근 10년 동안은 제조국 대다수의 수출 품목 및 시장 집중도 지수가 상승하는 추세”라면서도 “우리나라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우리 상위 10대 수출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2%로, 세계 10대 수출국 중 유일하게 과반을 넘었다. 상위 수출 대상 10국이 차지하는 비율도 70.8%에 달해 가장 높았다.

문제는 이처럼 수출 국가·품목 편중이 심할수록 대외 충격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다.

연구원이 국내 수출 기업 9만2385사의 최근 15년간 수출 실적을 분석한 결과, 수출 다양화 수준이 높은 기업은 10년 이상 장기 수출을 유지할 확률이 80% 이상인 반면, 단일 국가·품목 중심 기업의 생존 확률은 35% 수준으로 분석됐다.

또 수출 국가와 수출 품목이 1국(품목)씩 늘어날수록, 2년 연속 수출 실적이 제로인 ‘수출 중단’ 위험이 각각 5.4%, 1.2% 감소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심혜정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전반적으로 수출 국가·품목 편중 현상이 과도하고, 특히 중소·중견 기업들이 주로 단일 국가·품목 수출에 의존해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며 “기업 규모와 성장 단계에 따른 맞춤형 ‘수출 다변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