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서 어려움에 직면한 자동차 업계는 국내에선 노조와의 힘겨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발 관세 충격과 전기차 시장 부진 등으로 경영상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노조가 부분 파업을 시작해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곳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대내외 어려움으로 예년만큼의 보상이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이 난항을 빚으며 노조 쟁의가 한층 더 강경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 지난 15일 실시한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52.9% 찬성이 나와 사측과 합의한 임단협안이 통과됐다. 월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금 450%+1580만원 등이 핵심 내용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사측이 작년보다 보상을 줄이면서, 불만을 가진 조합원이 적지 않아 과거에 비해 찬성률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에 이르기까지 현대차 노조는 이달 초 3차례 부분 파업을 단행했다. ‘7년 연속 무분규 협상 타결’이란 기록 달성도 무산됐다.
기아는 노사가 2020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에 합의했다. 하지만 올해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기아 노조는 현대차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주 4.5일제를 요구한 현대차보다 한발 더 나아가 주 4일 근무제 도입 등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노조도 지난 9일 사측과 교섭을 중단하고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현대차·기아도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한국GM은 노조가 이미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GM 공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해 한국산 차를 무관세로 미국에 보내는 생산 기지 역할을 했는데, 미국의 25% 관세 조치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노조는 기본급·성과급 문제뿐만 아니라 사측의 전국 직영 정비 센터 9곳 매각 방침 철회, 고용 보장 등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