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 대통령실이 협상 장기화를 시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6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특정 국가와의 협상이 이렇게 장기간 교착된 적은 처음이라 매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른 시일 내 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는 분명하다”면서도 “시한에 쫓긴다고 해서 우리 기업들이 크게 손해를 볼 합의안에 서명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지난주부터 통상 당국의 실무급 회담에 이어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면담까지 진행됐지만,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펀드를 둘러싼 양국 간 입장 차가 여전히 첨예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 도착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아직 협상 과정 중인 만큼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국익에 최대한 부합하는 합리적 협상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여 본부장은 한일 자동차 관세 역전을 우려하는 기자의 질문에 “(관세 인하가) 최대한 빨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그같이 말했다.

정작 자동차 관세 인하(27.5%→15%)를 끌어낸 일본도 “관세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은 지난 4일 ‘양국 경제 안보에 도움 되는 다양한 분야에 5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이행한다’는 취지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인하 행정명령을 얻어냈다.

하지만 MOU에 따르면 최종 투자처, 금액 결정권은 미국이 갖는다. 자금 운용도 미국은 ‘전액 투자’로 설명하는 반면 일본은 투자·보증·보험이라고 설명하고 있어 엇갈린다. 이행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이 관세를 다시 인상한다는 점도 명시돼 ‘불공정 조약’이라는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

미·일 무역 합의에 포함됐던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최혜국 대우’도 이번에 발효된 행정명령에선 빠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혜국 대우 보장에 합의는 했지만 (실제 적용될지는)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미 투자 진척 상황에 따라 관세가 다시 인상될 리스크도 여전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