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장에서 톱10 진입을 목표로, 뛰어난 동료들과 시장을 움직일 실질적 성과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국내 스킨케어 브랜드 아누아를 운영하는 더파운더즈의 최근 채용 공고 중 일부다. 일본 오프라인 마케팅 매니저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이 회사는 북미 영업 담당자, 스페인어·베트남어 가능 인턴 등 국가별 맞춤형 글로벌 인재를 대거 채용하고 있다. 올해에만 100명 이상 경력직 채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IT나 자동차 대기업에 국한됐던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이 이제 전통적으로 ‘내수 기업’으로 여겨지던 유통과 식품 업계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K브랜드가 세계 곳곳으로 확장하면서 글로벌 거래처와 소비자에 대응할 최적의 인재를 찾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K브랜드 질주에 해외 전문 인력 급구
국내 화장품·식품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인재를 찾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세계 1위 화장품 ODM(연구·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는 29일까지 진행하는 하반기 신입 사원 공채에 해외 영업, 글로벌 직무를 포함시켰다. 중동·멕시코 같은 신시장을 개척하고 해외 법인 간 협업을 조율할 인재를 뽑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운 해외 고객사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감각을 지닌 신입 사원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제치고 K뷰티 시가총액 1위에 오른 에이피알은 아시아·북미·중동·유럽 등지 13국의 국가별 마케터를 선발하는 신입 채용을 16일부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이 회사의 해외 매출 비율은 전체 매출의 75%에 이른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효과적인 글로벌 사업 운영을 위해 지역 및 국가별 전담 마케팅 조직이 필요하다”며 “현지 시장 안착을 위한 전방위적 활동을 수행할 인재를 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너시스BBQ그룹은 21일까지 경력 사원을 채용하는데, 8개 부문 중 3개가 글로벌 부문이다. 미국·캐나다·필리핀 등 57국에서 운영되는 BBQ의 해외 매장을 관리하고 현지 입맛에 맞는 메뉴를 기획할 인재를 찾고 있다.
◇해외에서도 직접 뽑는다
K브랜드의 영토가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유통 기업들은 국내에서 글로벌 전문가를 찾는 것을 넘어 아예 해외 현지에서 직접 인재를 확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현지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2025 롯데 글로벌 잡페어‘를 개최했다. 롯데가 글로벌 인재 확보를 위해 해외에서 직접 채용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는 올해 베트남에서만 500여 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CJ푸드빌은 2022년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학생들에게 제과·제빵 기술을 전수하고 취업 기회를 제공한 데 이어 올해는 베트남에서 청년 채용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다. 각국의 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는 현지 전문가가 있어야만 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K브랜드의 시장 영역이 기존 ‘중국·미국·일본’에서 ‘중동·중남미·유럽’으로까지 넓어지면서 현지 소비자와 거래처를 이해할 수 있는 인재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단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 화장품이 수출된 나라는 176국으로,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동안 K브랜드의 주요 타깃이라고 볼 수 없었던 이스라엘·멕시코·체코 등에선 화장품 수출액이 1년 전과 비교해 100% 넘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K브랜드의 제품 경쟁력은 이미 글로벌 수준”이라며 “이제는 확대된 시장에 맞춰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할 현지 인재 확보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