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20~30대 사이에서 ‘일본의 몰디브’라고 불리는 미야코지마가 인기다. 오키나와 본섬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곳이라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국적인 해변과 서핑·스노클링 등 해양 스포츠 명소로 소문이 나고 있다. 항공 업계에선 미야코지마가 또 다른 의미에서 주목받는다. 한국에서 직항으로 이곳에 가는 항공사는 진에어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에어가 작년 5월 단독 취항한 뒤 인기가 높아져 올해 1~8월에만 5만명 이상이 미야코지마를 다녀왔다.
국내 항공 업계에선 이런 쏠쏠한 ‘단독 노선’이 화두다. 여러 항공사가 경쟁을 벌이는 인기 노선 대신, 좀 덜 알려졌지만 경쟁이 없는 노선을 개척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 관광지보다는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수요에 맞춰 새 여행지를 발굴하려는 항공사의 수요도 맞물렸다. 특히 대형 항공사와 맞대결이 어려운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공세적으로 ‘나만의 노선’ 찾기에 나서고 있다.
◇LCC 중심 단독 노선 확산
제주항공은 단독 노선을 아예 차별화 전략으로 삼았다. 다음 달 1일 인천~구이린 노선을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연다. 구이린은 리강과 계림산수 같은 절경으로 유명한 중국 남부 명소로 자전거 투어와 하이킹, 래프팅 같은 체험도 가능한 곳이다. 구이린까지 포함해 제주항공의 전체 노선 66개 가운데 16개(22%)가 단독 노선이다.
작년 말부터 한국인의 중국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항공사들은 중국 단독 노선 발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인천발 충칭과 청두 단독 노선 운항을 재개했고, 이스타항공도 청주발 장자제 노선을 단독으로 시작했다.
단독 노선은 일본, 중국뿐 아니라 4~5시간 안팎 걸리는 중앙아시아나 동남아시아 등으로도 확장 중이다. 티웨이가 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 자그레브(크로아티아) 등에 단독으로 취항하고 있고, 진에어와 이스타항공은 각각 클라크(필리핀), 치앙마이(태국) 등에 단독으로 여객기를 띄운다.
여행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최근 진에어로 일본 미야코지마를 다녀온 직장인 전모(36)씨는 “유명한 관광지는 많이 가봐서 남들이 잘 모르는 특별한 여행지를 찾게 되는데 미야코지마가 딱이었다”며 “다음 휴가 땐 일본 마쓰야마나 다카마쓰 같은 소도시를 가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차별화 전략 절실하다지만, 독 될까 우려도
항공사들이 최근 단독 노선 찾기에 적극적인 것은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여파로 항공사별로 노선 변동이 일어나며 신규 고객을 잡으려는 마케팅 경쟁이 뜨겁다.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을 인수하고, 파라타항공이 새로 출범하는 등 후발 주자들이 늘면서 업계 전반에 출혈경쟁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단독 노선은 ‘모 아니면 도’ 식의 리스크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공할 경우 수요를 독점적으로 확보할 수 있지만, 인기를 끌지 못하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단독 취항하는 곳은 현지 관광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이 많고 중·장년층은 완전히 새로운 곳은 선호하지 않는 경향도 있어 위험 부담도 크다”면서 “좋은 단독 노선을 얼마나 많이 발굴하느냐에서 항공사의 실력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