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16일부터 미국에서 일본산 자동차에 관세 15%가 적용되지만 한국산 자동차 관세는 25%가 유지된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 협상 후속 협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협상 핵심이었던 대미(對美)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더 지연될 전망이다. 이 와중 일본의 자동차·부품 관세는 내일부터 15%로 낮아질 전망이어서, 미 현지에서 일본산 자동차가 한국산보다 더 저렴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日 “내일 차 관세 27.6%→15% 인하”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업계는 내일(16일)부터 미국에 수출되는 일본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관세가 현행 27.5%(기본 관세 2.5%+품목 관세 25%)에서 15%로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국은 지난 7월 말 대미 상호 관세와 자동차·부품 관세를 각각 15%로 인하하는 대신, 일본이 5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의 무역 합의를 타결한 바 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8월 7일부터 상호 관세를 15% 적용하고 있으나, 합의의 또 다른 한 축이었던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 발효는 미뤄왔다.

미국 현지에서 한미 관세협상 관련 후속 협의를 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오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 행정부는 일본과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반도체·에너지·인공지능·핵심 광물 등 경제 안보에 중요한 다양한 분야에 일본이 55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이달 4일에서야 일본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품목 관세를 15%로 인하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도 정식 서명했다. 이 내용은 9일 연방 관보에 정식 게재했다.

행정명령에는 ‘이 명령이 관보에 게재된 지 7일 이내 미 상무부가 수정된 관세 분류표 등을 별도로 관보에 게재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다. 이에 따라 일본 관세 협상단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는 16일부터 정식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韓 경쟁력 약화 불가피

그래픽=김현국

미국이 일본산 완성차에 대한 15% 관세 부과를 발효하면, 한국 완성차 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한국산 자동차는 올해 4월 전까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혜택을 누려, 기본 관세(2.5%)를 무는 일본·유럽산 자동차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부터 FTA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수입차에 25% 관세를 물리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현대차·기아는 올 2분기(4~6월)에만 영업이익이 1조5000억원 감소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내일부터 일본이 관세 15%를 적용받고, 한국이 25%를 적용받는 ‘역전’ 상황이 벌어지면, 한일 간 자동차 가격 역전 현상까지 벌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현대차 아반떼는 미국 내 판매 시작 가격이 2만2125달러로, 일본 도요타의 코롤라(2만2325달러)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한국(25%)과 일본(15%)에 부과되는 관세를 반영해 가격을 올릴 경우 상황이 아반떼는 2만7656달러가 되면서 코롤라(2만5674달러)보다 비싸진다. 가격을 유지하면 영업이익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초 업계는 가장 먼저 미국과 무역 합의에 골인한 영국 사례를 바탕으로, 약 두 달 텀을 두고 자동차 관세가 정식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미국은 지난 5월 영국산 자동차의 경우 연간 10만대에 한해 관세를 10%로 내려주기로 합의했지만, 정식 발효까지는 약 53일이 소요됐다. 일본도 지난 7월 22일 무역 협상을 맺은 만큼, 16일 발효 시 약 두 달이 걸린 셈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다. 미국 측이 일본과 같은 형태의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강력히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자동차 대미 수출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라는 단시일 동안 수천억 달러 외국 투자를 단행하는 건 비합리적이라는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어, 이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하며 후속 협의를 이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