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州)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에서 체포돼 구금됐던 300여 명의 한국인이 11일(현지 시각) 풀려나긴 했지만, 해당 공장은 ‘건설 정상화’란 숙제를 안게 됐다. 이 배터리 공장은 당초 ‘내년 상반기 완공, 하반기 양산’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구금 사태로 건설 작업은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업계에서는 ‘완공 시점이 내년 하반기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장이 위치한 조지아주 서배너 지역 사회에 대한 경제 기여 효과도 당초 예상보다 축소되거나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로선 공사가 미뤄져 양산이 지연되면 미국 현지화 효과가 약화된다. 미국은 자국 내 배터리 생산 물량에 대해 보조금을 주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시행 중이다. 이 제도는 2032년 종료될 예정이다. 조지아 공장의 배터리 양산이 늦어질수록 보조금을 덜 받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감소, 현대차는 현지 전기차 생산 전략 차질이 불가피하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인력의 복귀나 대체 인력 투입 모두 쉽지 않다는 점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1일 “(구금됐던) 이분들이 다시 미국에 와서 일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게 하겠다는 것을 (미국 정부로부터) 확약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 관계자는 “느닷없이 붙잡혀가 7일이나 감금당하면 육체적으로 힘든 건 물론이고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어 ‘복귀하라’는 말을 꺼내기 힘들 것”이라며 “이 사건 자체가 워낙 충격적이라 앞으로 미국 가서 일하겠다는 사람이 나올지도 걱정”이라고 했다.
이번에 연행·구금된 인원 중 다수는 LG에너지솔루션이나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사 소속 전문 인력들이었다. 해외 배터리 공장 건설이나 생산 설비 관련 전문가는 국내에서도 구하기 쉽지 않은 데다, 협력사 대부분은 구인난이 일상인 중소·중견기업이다. 귀국한 직원들을 대체할 여유 인력을 찾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지 노조 등을 의식해 앞으로 기업들이 현지 채용을 더 늘리면 한국 사람을 쓸 때와 비교해 건설 속도가 크게 느려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신설 또는 증설하는 20여 곳 공장도 유사한 상황에 놓여 있어, 이번 사태의 충격파는 조지아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