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州)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구금됐다 풀려난 한국인 316명이 12일 오후 3시 25분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직원들이 제2터미널 입국장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게이트 밖에 서 있던 시민들은 “고생 하셨습니다” “힘내세요” 등을 외치며 박수를 쳤다. 직원들 상당수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입국장을 빠져나가 외부에 마련된 버스로 향했다. 일부는 웃는 얼굴로 한 손을 위로 흔들며 인사하거나,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기도 했다. 직원 대부분 작은 비닐백 정도만 갖고 있어, 구금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짐작케 했다.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는 주차장에 직원들이 도착할 때마다, 가족과 지인들은 직원 이름을 크게 부르며 환호했다. 이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고생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가족들끼리 밝은 표정으로 삼삼오오 모여 기념 사진을 찍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 조영희(44)씨는 “7일간 일반 수감자와 같은 대우를 받으며 지냈다”며 “2인 1실을 쓰는데 변기가 있는 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다 오픈된 장소에서 그런걸 해결하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매우 강압적이고 완전히 범죄자 취급하는 태도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좀 미안해하는 느낌, ‘뭔가 좀 잘못 됐구나,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되겠구나’ 이렇게 좀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전세기로 귀국하는 직원들을 기다린 가족들은 이날 오전부터 인천공항에 모였다. 가족들은 공항 전광판의 항공기 도착 예정 정보를 수차례 확인하며 “일주일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일단 안전하게 귀국한다니 다행”이라고 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전모(67)씨는 이날 오전 11시 3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주차장 가운데 반려견 이름을 넣은 ‘류몽실 아빠’라는 피켓을 세웠다. 전씨는 “내 남편이 고생하다 들어왔는데 이 정도 해야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했다”고 했다. 전씨 남편은 전기 기술자로 50년 넘게 일했다고 한다. 지난 7월 초 미국 조지아주 공장 출장으로 출국했다. 지난 4월에도 약 2달간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뒤, 다시 출국했다고 한다. ESTA(전자여행허가)를 이용했기 때문에 2~3개월에 한 번씩 돌아왔다고 한다. 전씨는 “곧 돌아온다고 비행기표까지 끊었다고 했는데, 지난주 금요일 출근 후 소식이 끊겼다”고 했다. 전씨는 “사실 이전에는 이스타로 일하러 가도 되나 불안한 면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근로자들이 더 안전하게 출장 다닐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개편될 수 있다 하니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지 않겠냐”고도 했다.
충북 청주에서 온 손모(75)씨 부부는 “아들이 LG엔솔 청주 공장에서 전기 발전기 기술자로 일한다”며 “지난 5월에는 미국 디트로이트 출장을 다녀왔고, 종종 미국 출장을 갔었다”고 했다. 손씨는 “아들이 이번 출장, 그리고 5월 출장 전에 전화로 ‘좀 불안하다’고 했다”며 “아들은 이미 비자 문제를 알고 있던 것 같고 어쩌면 최악의 경우 이런 구금 사태까지 있을 수 있다는 예상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LG엔솔 협력사 직원의 아내 A(67)씨는 “어젯밤 아주 짧게 통화를 했다”며 “가족을 걱정할까 봐 ‘별탈 없이 잘 있다’고만 하더라”고 했다. 배터리 전기 관련 업무를 하는 A씨의 남편은 지난 4월에도 약 두 달간 조지아 공장 출장을 다녀왔고, 지난 7월 초 다시 조지아 공장으로 출국했다고 한다. A씨는 “비자 문제 생길지 몰랐다”며 “원래 늘 그런 식으로 출장을 다녀와서 남편은 크게 문제 될 거라 생각 안 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