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내년 10월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앞두고 고객 마일리지를 최대한 소진하기 위해 항공편과 사용처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마일리지몰(마일리지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쇼핑몰)에서는 마일리지 가치를 ‘마일리지 항공권’의 절반 이하로 책정해 소비자들이 사실상 물건을 비싸게 구매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이연수익은 2조7075억원, 아시아나항공은 9293억원으로 집계됐다. 마일리지는 항공사의 회계상 부채(이연수익)로 분류돼 미사용 규모가 클수록 통합 경영 체제에서 부담이 된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몰에서 갤럭시 버즈3 프로를 구매하려면 3만7500마일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공식 스토어에선 같은 제품을 20만원 선에 살 수 있어 판매가를 기준으로 역산하면 대한항공 1마일당 가치는 5.3원으로 책정된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몰도 비슷하다. 이곳에서 만화책 ‘20세기 소년 완전판’ 총 11권을 사려면 2만400마일이 필요하다. 이 상품은 쿠팡에서 12만원에 판매한다. 쿠팡 판매가를 기준으로 보면 아시아나항공의 1마일 가치는 5.9원이다.
시장에서 책정하는 1마일당 가치는 10~20원 수준이다. 보통 1마일당 가치는 마일리지 항공권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항공권에 매겨진 운임을 마일리지로 나눠 1마일당 평균값을 산출하는 것이다.
내년 1월 인천~도쿄 나리타 노선의 대한항공 이코노미석 왕복 항공편의 운임은 35만원(유류할증료·공항 이용료 등 제외)이다. 같은 항공권을 마일리지로 사려면 3만 마일이 필요해 1마일 가치는 약 11원이 된다.
내년 8월 인천~시애틀 타코마 노선의 프레스티지석 왕복 항공권을 끊으려면 15만5000마일리지가 필요하다. 같은 기간 항공권 운임은 560만원 선으로, 1마일당 가치는 36원으로 추산된다.
판매 품목도 외항사와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몰에는 ▲디지털 가전 ▲식품·건강 ▲여행·스포츠 ▲뷰티·패션 ▲리빙 등 96개 품목이 등재돼 있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몰에는 168개 품목이 있다.
반면 루프트한자의 마일리지 몰에는 6088개, 에어프랑스 마일리지 몰에는 3194개의 상품이 등재돼 있다.
소비자들은 주로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살 수 없거나 소멸 기간이 임박할 때 마일리지몰에서 물건을 구매한다.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항공권은 제한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소비자는 항공권을 구매하기 위해 마일리지를 모은다. 마일리지몰은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이용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물건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