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내년도 수소차 관련 예산을 약 1450억원 감액하기로 하면서, 수소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줄어드는 예산 대부분은 수소차를 사면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입니다. 현대차가 7년 만에 신형 수소차 ‘디 올 뉴 넥쏘’를 출시하고 두산퓨얼셀이 1000억원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공급 계약을 맺는 등 국내 수소 산업계가 활력을 되찾으려는 시점에 정부가 찬물을 끼얹는 행보를 한 셈입니다. 일각에선 “정부가 신(新)산업을 도와주기는커녕 ‘관심이 없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수소 산업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 에너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정부는 그동안 ’2040년까지 수소차를 누적 620만대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워왔지만, 지난달 말 기준 수소차 보급량은 4만5000대 수준에 그칩니다. 수소차에 쓰이는 연료전지도 당초 보급 목표는 204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규모인 15GW이지만, 현재 전국에 보급된 발전용 연료전지는 1GW에 불과합니다.
수소 산업계에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환경부가 수소차 보조금 대상을 연 1만1000대에서 내년 6000대로 줄이는 등 관련 예산을 삭감한 것입니다. 환경부는 특히 내연차를 전기차로 전환할 때 주는 지원금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친환경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우수한데, 환경부 예산 우선순위는 그 반대였습니다. 수소 업계는 이런 조치가 혹시라도 ‘수소 산업 홀대 시그널’이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에너지 업계는 수소가 석유를 대체할 차세대 에너지원이라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APEC 에너지 장관 회의 참석차 방한한 파티 비롤 IEA(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도 “석유·가스가 부족한 한국에서는 수소 수요를 창출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에너지 정책은 미래 세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단기적인 정치·경제적 관점에 흔들리지 않고 청정 에너지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을 견지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