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토안보부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해 한국인 근로자들을 체포하고 있다./ ICE 홈페이지

미국 이민당국의 대규모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구금된 가운데, 정부가 단속 타깃이 된 현대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 등 대미(對美) 투자 기업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 타워에서 한국경제인협회와 함께 대미 투자 기업들의 비자 체계를 점검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박종원 산업부 통상차관보가 주재한 이번 간담회에는 미 정부의 불법 체류자 단속 타깃이 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물론 SK온, 삼성SDI,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HD현대, 한화솔루션, LS 등 최근 대미 투자를 결정·이행한 기업 대다수가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서 산업부는 각 기업들로부터 대미 투자 프로젝트 이행 현황 및 비자 문제 등 인력 운용 상황을 청취하고, 기업들의 비자 관련 건의 사항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번 간담회는 대통령실이 산업부에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전날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련 기업과 공조 하에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의 비자 체계 점검·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미 정부의 대규모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한국인 300여명이 체포된 사태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그간 출장 관행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이를 해결하기 위한비자 제도 보완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상 미국 현지에서 일하려면 전문직 취업(H-1B)·비농업 단기 근로자(H-2B) 비자 등이 필요하지만, 개수가 제한적이고 발급에 수개월이 걸린다.

이 때문에 수시로 단기 인력 파견이 필요한 대미 투자 기업 상당수는 단기 관광(90일 이내) 시 비자 신청을 면제해주는 전자여행허가(ESTA)나 비이민 비자인 단기 상용(B-1) 비자 등을 ‘우회로’로 이용해왔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 기업과 정부는 한국인 전문인력 취업비자 E-4 신설 등을 10여년 간 요구해왔으나, 관련 법안은 번번이 미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는 이날 수렴한 대미 투자 기업 의견을 바탕으로 미국 측과 추가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