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당국자가 현장에서 붙잡힌 한국인 직원의 허리춤에 쇠사슬을 채우고 있다. 6일 ICE는 단속 현장을 담은 약 3분짜리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는데, 한국인들이 연행 버스 앞에 일렬로 서서 몸수색을 당하거나 손발·허리에 쇠사슬이 묶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미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우리 국민 300명이 미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된 것과 관련, “구금자 석방 교섭을 마무리했다”며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을 모시러 출발한다”고 7일 밝혔다.

강 실장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과 대미 투자 기업의 경제 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해당 사안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총력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며 “정부 부처와 경제 단체, 기업이 신속히 대응한 결과, 구금된 근로자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강제 추방이 아니라 자진 출국 형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8일 미국으로 출국, 석방 관련 미측 협조를 구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처한 괴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규모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로만 5000억달러(약 700조원)에 이른다. 지난 7월 말 관세 협상 타결 대가로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에,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때 우리 기업들이 추가로 내놓은 1500억달러 투자 계획을 합친 규모다.

대미 투자는 폭증했지만 미국은 파견 인력을 위한 비자 발급을 늘려 달라는 우리 기업 요구엔 귀를 닫아왔다. “투자→공장 건설→현지 고용 창출의 선순환을 앞당기려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는 ‘미국인 우선 고용’이라는 막무가내 논리에 가로막혔다. 한국은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 중 인력 파견에 관한 한 최하위 대우를 받아왔다. 급기야 굴욕적인 ‘쇠사슬 연행’ 사태가 터진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 민주당 의원 20명은 공동성명을 내고 이번 단속이 “폭력적인 범죄자를 겨냥하는 대신 대규모 추방 목표를 채우기 위한 무분별한 행동”이며 “가족을 찢고, 경제에 피해를 주며, 글로벌 파트너의 신뢰를 약화한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단속은 한국 기업에 정치적 현실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며 이번 사태가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선 외교적, 정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우리 재계에서는 “정부가 미국과 정식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한국인 전문 인력에 대한 비자 쿼터를 확보하는 등 우리의 대미 투자 규모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