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A 개막 하루 전인 7일 폴크스바겐그룹이 현지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소형 전기차 'ID.폴로'의 모습. 2만5000유로 안팎으로 출시해 전기차 대중화를 가속화할 전략이다. 사진 속 화면에 적힌 'MADE ACCESSIBLE'(누구나 이용가능하게 하다)이란 말에도 이 같은 뜻이 담겨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모터쇼인 독일국제자동차전시회(IAA)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뮌헨 현장을 찾은 폴크스바겐그룹의 올리버 블루메 CEO(최고경영자)는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차 등) 경쟁사들의 공세가 두렵지 않다”고 했다. 세계 2위 자동차 기업의 수장인 그는 IAA 전야제 행사로 열린 미디어 워크숍에서 미래 전기차 경쟁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작년만 해도 폴크스바겐그룹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력 시장인 중국과 유럽 시장 모두에서 중국 전기차 공세에 밀린 여파였다. 한때 독일 내 공장 3곳을 폐쇄하는 것까지 검토해야 했다. 다른 유럽차 기업들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아 자동차 종주국의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올해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8일 ‘이동의 모든 것(It’s All About Mobility)’을 주제로 개막한 IAA는 유럽의 자신감이 응집된 무대였다. 폴크스바겐을 필두로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유럽 기업들이 일제히 차세대 전기차를 선보였다. 올해 유럽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자신감의 배경이다. 시장조사 업체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전년 대비 25% 증가한 119만3000대를 기록했다.

그래픽=양진경

◇유럽차 “전기차 대중화 선도할 것”

IAA 개막 하루 전인 7일 독일 대표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인 BMW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으로 만든 첫 양산 모델 ix3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폴크스바겐그룹은 소형 전기차 4종을 한 번에 공개하며 전기차 대중화 전략을 본격화했다. 특히 전기 해치백 ‘ID.폴로’와 콘셉트카인 소형 전기 SUV ‘ID.크로스’는 이번이 세계 최초 공개였다. 내년 2만5000유로(약 4000만원) 안팎에 차례로 출시될 계획이다. 2027년엔 더 저렴한 2만유로(약 3200만원) 수준의 ‘ID.에브리원(1)’도 선보인다. 가격을 낮춰 전기차 저변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도 차세대 전기차 기술이 처음 적용된 신차를 나란히 선보였다. BMW가 이날 최초로 공개한 중형 전기 SUV iX3는 2023년 개발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으로 만든 첫 양산차다. 벤츠도 간판 차종인 중형 SUV GLC의 순수 전기차 버전을 최초로 공개했다. 벤츠의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은 “2027년까지 내연차와 전기차 합해 40종 이상의 신차를 계속 선보여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했다.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EU는 작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최고 45%로 높이면서 자국 산업 지키기에도 나섰다. 이번 기회에 중저가 전기차를 대거 선보이며 안방 시장을 확실하게 되찾겠다는 게 유럽차들의 전략이다.

IAA 개막 하루 전인 7일 벤츠가 순수 전기차로 탈바꿈해 만든 중형 SUV 'GLC'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악재 있는 미·중 대신 유럽행

해외에서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도 유럽 기업들이 이번 IAA에 더욱 집중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경우 15% 자동차 수입 관세 장벽이 생기는 등 공략하기 어려운 시장이 되고 있다. 중국은 현지 기업들이 주도하는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급락했다. 그 결과 이번 IAA에서 유럽 기업들이 ‘본토 사수’로 선회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IAA에서 아우디가 선보일 '콘셉트C'. 2인승 쿠페 모델로 미래 디자인 방향을 담았다. /연합뉴스

한국과 중국 기업들도 경쟁에 가세했다. 4년 만에 IAA에 참가한 현대차는 개막 이틀째인 9일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첫 소형 콘셉트카를 세계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유럽 소비자를 겨냥해 현대차 유럽기술센터(HMETC)가 개발 초기 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한 ‘유럽 맞춤형’ 모델이다. 현대차는 내년 2분기 유럽에서 선출시한 후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중국은 전기차 1위인 BYD를 포함해 립모터, 샤오펑 등 8개 중국차 브랜드가 이번 모터쇼에 참가해 가성비 높은 신차를 대거 선보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