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단협의 최대 걸림돌은 노조가 요구하는 정년 연장도, 주 4.5일제도 아닙니다. 바로 SK입니다.”
한 대기업의 노사(勞使) 업무 관계자는 최근 자사 노조와의 임단협 교섭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습니다. 기업의 임단협은 결국 기본급과 성과급 인상 같은 ‘돈 문제’로 귀결되는데, 지난 1일 SK하이닉스가 발표한 ‘1인당 평균 1억원 성과급’의 여파가 크다는 얘기입니다. 이 발표 이후 다른 노조들에서도 ‘SK처럼 우리도 통 크게 가자’는 식의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SK하이닉스는 기존 성과급 상한(기본급의 최대 1000%)을 없애고,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주기로 했습니다. 직원 3만3000여 명인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30조원대로 추산됩니다.
당장 삼성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그룹의 각 계열사 노조들은 임단협을 앞두고 이재용 회장과 회사 경영진에게 ‘우리도 성과급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잇따라 보내고 있습니다. 성과급 산정 방식을 투명화하고, 성과급 상한도 폐지해달라는 것이죠.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SK하이닉스처럼 반도체 사업만 있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에 가전·TV, 디스플레이 등 실적이 제각각인 사업군을 갖추고 있어 고민이 큰 상황입니다.
다른 기업들 직원들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린 준다고도 안 했는데, 회사 익명 게시판에 사업부별로 ‘현재 보너스’와 ‘영업이익 10%’를 받았을 때 득실을 따져보는 글들이 등장했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속한 사업부 실적은 좋지만, 다른 사업부가 적자면 회사 전체 영업이익이 줄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는 식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본다는 얘기입니다.
청년들의 입사 고려 항목 1위가 ‘회사의 비전’ 대신 ‘높은 연봉과 복지’로 바뀐 시대의 풍경입니다. 이미 기업 직원들의 익명 커뮤니티에선 “부럽다” “SK 이직 알아본다” 같은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1억 성과급 사건’은, 재계에서 희미해진 ‘최고 인재에 최고 대우’라는 가치를 되살렸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