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총 107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전기차 1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물량이다. LG엔솔은 이날 공시에서 계약 금액과 제품명 등을 비공개에 부쳤지만, 업계에선 수주 규모가 15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은 총 2건이다. 미국에 75GWh 규모 배터리를 2029~2037년까지 공급하고, 유럽에는 32GWh 규모를 2028~2035년까지 공급하는 내용이다. 벤츠는 미국에 본사 및 계열사의 완성차 공장들을 두고 있는데, 미국 계약 물량은 여기에 납품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LG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인 ‘46시리즈’를 벤츠에 공급할 것으로 본다. 지름이 46㎜인 배터리로 기존 제품 대비 출력은 5배, 용량은 6배 이상 높다. 더 강력한 힘을 내면서, 한 번 충전으로 더 오래 주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량생산에 유리하고, 공정이 단순해 생산 비용도 낮아졌다. 업계에선 “주행거리를 늘리면서 가격은 낮춰야 하는 전기차 업계의 요구에 딱 들어맞는 배터리”로 꼽는다.
LG엔솔은 지난해 10월에도 벤츠와 50.5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는데, 업계에선 당시 제품도 46시리즈인 것으로 보고 있다. 46시리즈로만 총 150GWh가 넘는 대규모 계약을 성사시킨 셈이다.
벤츠는 그간 CATL, 파라시스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납품 비중이 높았다. LG엔솔은 지난해에 이은 이번 공급계약으로 벤츠의 주요 공급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급속히 잠식하는 유럽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되찾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LG엔솔이 선제적으로 확보한 ‘미국 현지 생산 역량’도 수주에 도움이 됐다. LG엔솔은 내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주에 36GWh 규모의 원통형 생산 공장을 짓고 있는데, 미국 계약 물량은 이 곳에서 납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