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재차 검토한다. 미국 관세 정책 등으로 높아진 통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정부는 3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미 관세 협상 후속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이 일환으로 “CPTPP 가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유사한 입장에 처한 국가들 간의 경제 동맹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경제 통합을 목표로 하는 메가 FTA의 일종이다. 공산품은 물론 농업제품까지 관세를 철폐하고 정부 조달, 지적 재산권, 노동 규제, 금융 등의 분야에서 비관세 장벽을 허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회원국은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총 12국이다. 당초 CPTPP의 전신인 TPP는 미국이 주도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1기 때 탈퇴했다. 이후 일본 등의 주도로 CPTPP가 재발효됐다.
한국도 지난 문재인 정부가 CPTPP 가입을 추진했으나, 농수산 업계의 반발과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무산됐다. 윤석열 정부 역시 가입을 재추진했으나, 이 역시 국회 반대 등으로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정부는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환경 불안정성이 커지고 미·중 디커플링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CPTPP와 같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통상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높은 미·중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로를 다변화하는 차원에서 CPTPP가입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한다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33~0.35%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다만, CPTPP 가입하면 우리나라도 농식품 등 민감 분야에서 상대 회원국 수준에 맞춰 개방해야 한다. 일본·호주·뉴질랜드의 쌀, 쇠고기, 유제품, 수산물 등이 저렴하게 수입되기 시작하면 국내 농수산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 가입할 수 있는 CPTPP 특성상, 일본이 그간 우리 정부에 지속해 요구한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해제 문제가 수면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높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정부의 입장은 2021년 이후 줄곧 ‘CPTPP 가입을 검토한다’는 것이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나온 시점에서 (CPTPP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