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29일 부산에서는 APEC 에너지장관 회의를 비롯한 장관급 에너지 회의 3개가 열렸습니다. ‘에너지 수퍼위크’라 불린 이번 행사에는 OECD와 IEA(국제에너지기구) 등에서 글로벌 에너지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현장에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기후환경에너지부(가칭) 신설 방안도 회자가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해외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관점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을 흡수하면, 한국 정부가 대미 협상 때 미 에너지부를 카운터파트(동급의 상대)로 만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그런 예입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태양광과 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를 ‘사기극’이라고 비난하며 최근 해상 풍력 지원금을 1조원 가까이 삭감했습니다. 이런 기류 속 미국 정부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을 강조하는 한국 환경부와 에너지 정책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입니다. 글로벌 에너지 역학 관계에 밝은 국제기구 전문가들이 우리가 간과할 수 있는 점들을 짚어준 셈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이 총괄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과 진행한 관세 협상에서도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과 만나 에너지 쟁점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가 LNG 등 미국산 에너지 1000억달러(약 139조원) 규모를 사들이기로 한 데서 보듯, 대미 관세 협상에서 에너지는 핵심 의제 중 하나로 꼽힙니다. 국가 간 협상에서 에너지 문제를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기후환경에너지부 신설에 앞서 에너지 관련 대미 협상 채널을 더욱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에너지 분야 교수는 “트럼프 정권 내내 대미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고 에너지 분야도 예외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어렵게 쌓아 올린 대미 협상과 수출 성과가 새로 개편되는 정부 조직 때문에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