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미국 원전 업체 웨스팅하우스의 합작회사 설립 논의는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 최대 주주인 캐나다 사모펀드 브룩필드에 제안해 시작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합작회사를 통해 웨스팅하우스 실적을 향상시키면 브룩필드도 투자 회수에 유리하고, 한수원은 지식재산권 시비를 벗어날 수 있어 윈윈이라는 게 한수원의 논리였다.

1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체코 원전 수주 당시 지재권 소송을 제기한 웨스팅하우스와 협상을 벌이는 동시에 브룩필드에는 합작회사 설립을 제안했다고 한다. 일종의 ‘투트랙’ 전략이었다. 브룩필드는 웨스팅하우스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49%는 캐나다 우라늄 기업 카메코가 가지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 한수원을 상대로 한 지재권 침해 소송을 미 연방법원에 제기했고, 한수원이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인 2024년 8월엔 체코 반독점 당국에 진정을 냈다. 한수원이 브룩필드에 합작회사 설립을 제안한 것도 이 무렵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천 기술과 초기 설계에선 강점이 있지만 실제 시공을 전제로 한 설계와 조달, 공사 역량은 취약해 원전 수주를 하려면 한수원 같은 파트너가 필수적이다. 한수원은 이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며 합작회사 설립이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브룩필드를 설득했다고 한다.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의 가치 상승에 관심이 많은 사모펀드 특성을 공략한 것이다.

한수원 고위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 경영진은 단기 성과가 중요할 수밖에 없어 합작회사 설립 협의는 대주주와 하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대주주가 웨스팅하우스 경영진에 한수원과 합작회사 설립 논의를 지시했으니 그 전략이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합작회사의 구체적 지분 구조와 책임 범위 등을 두고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로선 대주주 요구로 합작 논의를 시작한 만큼 시간이 걸려도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본다”며 “합작회사 설립 외에도 공동 수주, 기술 협력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