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측 수행원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백악관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 관세 발효가 중단될 경우 한국 등 무역 협상을 타결한 상대국들이 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법원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역 협상에 담긴 대규모 투자 펀드, 에너지 구매 등의 내용을 ‘법적 구속력 있는 문서’로 만드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내용도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29일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에 제출한 진술을 통해 “행정부는 유럽연합(EU),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일본, 한국, 영국과 무역 합의를 발표했다”며 “이 같은 합의는 관세 부과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수입 규제, 관세 부과가 아니었다면 ‘다른 나라들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워싱턴DC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대다수 수입품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그리어 USTR 대표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각료들은 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릴 경우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행정부가 연방대법원에 구제를 요청할 때까지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진술서를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그리어 USTR 대표는 상호 관세의 성과로 EU,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과의 무역 합의 내용을 설명했다. 특히 한국과의 합의에 대해서는 “미국 자동차 및 농산물에 대한 역사적인 시장 접근을 제공하고, 2028년까지 10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일본·EU와 동일한 상호관세율을 받는 대가로,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방침에 따라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고 (투자) 이익의 90%는 미 정부에 귀속된다”고도 설명했다. 한·미 무역 합의에 대한 미 행정부 입장을 법원 진술에서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대미 투자 금융 패키지’라는 표현을 통해, 최대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대출·보증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투자 이익 90%가 미 정부에 귀속된다는 표현에도 ‘재투자의 개념’이라는 입장이다.

그리어 대표는 또 “진술일 현재 (8월 29일) 미국과 이들 상대국들은 이 같은 큰 틀에서의 관세 합의를 법적 구속력 있는 문서로 만들기 위해 신속하고 부지런히 작업 중”이라고도 밝혔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도 같은 진술서에서 EU,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일본, 영국과의 합의 성과를 나열하며 “합의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고, 현재 상대국과 법적 구속력 있는 문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라며 “(위법 판결이 나오면) 상대국들의 보복과 무역 합의 철회로 이어질 수 있고 상대국들과 진행 중인 중요한 협상을 탈선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상호관세의 성과로 “관세율과 개별국 거래를 결합해 미국에 비대칭적으로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정국과의 협상을 통해 선박,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전략 광물, 인공지능 및 양자컴퓨터 등 주요 분야에 외국 자본이 투입되도록 했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이 금융 패키지를 조성해 조선, 반도체, 의약품, 광물 등 주요 전략 산업에 투자하기로 한 것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러트닉 장관은 “일본·한국만으로도 거의 1조달러 투자를 약속했다”고 했다.

베선트 재무장관 역시 “관세 압박은 다른 나라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고, 협상을 질질 끌거나, 보복 관세 등의 조치를 취하려는 상대국에 대응할 때에도 매우 중요하다”며 “협상의 성공은 관세의 신속한 집행이라는 신뢰할 수 있는 위협에 달려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