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세계 각국의 군비 증강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이 최근 5년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대상으로 미국에 이어 둘째로 무기를 많이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K방산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 신속한 납기를 바탕으로 한국이 세계 방산 시장의 신흥 강국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최근 발간한 ‘국제 무기 거래 동향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4년 나토 회원국 대상 무기 수출 통계에서 한국은 프랑스와 함께 점유율 6.5%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인 미국(64%)이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수출 기준으로는 10위였다. 세계 무기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로, 이전 5년(2.1%) 대비 소폭 늘었다. 구체적으로 탱크와 야포는 한국이 미국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를 인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투기 부문에서는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3위였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과 튀르키예가 신흥 무기 수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나토 회원국(총 32국)은 미국, 캐나다를 제외한 30국이 유럽 국가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서방 지역의 전통 방산 강국이 그간 시장을 장악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전면전으로 번지면서, 세계 각국이 글로벌 군비 경쟁에 나선 것이 K방산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세계 무기 시장을 주무르던 러시아와 유럽이 주춤하는 사이, 한국과 튀르키예가 그 빈자리를 효과적으로 파고들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막대한 장비 손실을 겪어 자국 군대 재건에 우선순위를 뒀고, 유럽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다 냉전 종식 후 축소했던 생산 능력을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긴밀한 민관 협력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등을 앞세워 폴란드와 조(兆) 단위의 K2 전차, K9 자주포 계약을 체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해양(군함), 항공(전투기) 방산 분야에서도 한국의 수출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한화오션·HD현대 컨소시엄은 독일 기업과 최종 후보에 올라 2파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 KF-21 전투기의 동유럽, 걸프만, 남아시아 수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우리 정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2027년 방산 4대 강국(점유율 5%)’ 목표는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2022년 한국의 방산 매출은 173억달러(약 24조원)를 돌파했고, 올해 230억달러(약 32조원) 수출을 예상하지만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