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스코틀랜드 터너버리의 트럼프 터너버리 골프 코스에서 무역 합의를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유럽연합(EU)이 미국에서 수입되는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입법안을 발표했다. 미국이 요구한 차·부품 관세 인하(기존관세 포함27.5%→15%) 선결 조건을 EU가 서둘러 이행한 것이다. EU 조치에 상응해 미 행정부가 실제 EU산 차·부품에 대한 관세를 내릴지 관심이 모인다.

폴리티코 유럽판 등 외신에 따르면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는 28일(현지 시각) 미국과 EU의 무역 합의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법안을 발표해 각 가맹국에 제안했다.

첫 번째 법안은 EU가 수입하는 미국산 공산품에 관세를 전면 철폐하고 광범위한 미국산 해산물·농산물에 ‘특혜적 시장 접근권’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법안에는 7월 31일부로 만료된 미국산 랍스터 관세 면제 기간을 연장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지난주 발표된 EU와 미국의 관세 협상(무역 프레임워크) 공동성명 1항과 같은 내용이다.

EU 집행위가 이 같은 법안을 서둘러 발표한 건 차·부품 관세 인하를 위해서다. 미국은 공동성명 3항을 통해 차·부품 등에 부과 중인 품목별 관세를 최종 15%(기본 관세 포함)로 낮춰주고, 이를 의약품·반도체 등에도 보장한다고 약속했다.

대신 실제 인하 시점에 대한 조건을 달았다. EU 집행위가 ‘공동성명 1항’을 이행하기 위한 입법 제안을 도입하면, 그 달의 1일부터 (차 관세 인하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expected)’고 명시한 것이다.

EU는 실제 법안을 제출한 만큼, 미국 측이 8월 1일부터 수출된 차량에 관세 인하 조치를 소급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7월 말 잇따라 협상을 타결한 미국, 일본, 한국 차·부품에 여전히 25% 품목 관세를 매기고 있는 상황이다.

EU 집행위는 “중요 산업인 자동차가 가능한 한 빨리 미국의 관세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8월 내에 입법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단 한 달 동안 수출 관세를 5억유로(약 8100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미국이 약속대로 관세를 실제 소급 적용해 인하해주는지다.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이번 주에도 디지털 규제를 도입하는 국가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며 미·유럽 무역 휴전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며 합의 이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집행위가 제출한 법안이 효력을 내려면 EU 회원국 27국 중 최소 15국의 동의를 얻어, 유럽 의회 과반 찬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외신들은 이번 협상에 대한 유럽 농가의 반발이 큰 만큼, 유럽의회를 통과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