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조선소 기준 수주량 세계 1위 HD현대중공업, 중형 선박 점유율 세계 1위 HD현대미포가 합병한다. 방산 사업을 확대하고 한미 조선 협력 사업인 ‘마스가 프로젝트’에도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과 두 자회사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는 2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2019년 HD한국조선해양이 출범한 이후 최대 규모의 사업 재편이다.
이번 합병은 상선 중심의 HD현대중공업이 ‘방산’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승부하겠다는 신호탄이다. 한미 조선업 협력 확대로 인해 군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 예산국이 추산한 향후 30년간 미 해군의 전투함과 군수 지원함 수요는 약 300척에 이른다.
◇상선 넘어 방산 기업으로… ‘마스가’에 힘 싣는다
국내 최다 함정 건조 및 수출 실적을 자랑하는 HD현대중공업과 군함 건조에 적합한 독(dock·선박 건조 공간)과 설비를 갖춘 HD현대미포의 합병으로 군함 건조 역량을 강화한다는 게 HD현대의 전략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한국군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을 포함해 국내 유일하게 이지스함 설계와 건조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조선사다. 한국이 1987년 최초로 수출한 함정인 ‘엔데버함’도 HD현대중공업이 만들었다. 지금까지 건조·인도한 함정 106척 중 해외 수출 물량이 18척에 달한다.
반면 HD현대미포는 중형 선박 건조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군함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 운반선 등 대형 상선에 비해 크기가 작아 중형 독을 활용하는 HD현대미포의 설비가 더 적합하다. HD현대미포의 주력 선종인 중형 선박은 중국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어 사업 전환이 필요한 점도 고려됐다. 북극 항로에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쇄빙선 등 특수 목적선 시장을 겨냥한 세일즈도 확대할 수 있다.
합병 후 통합 HD현대중공업은 오는 2035년까지 방산 분야 연 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작년 기준 양사 합산 매출액은 약 19조1000억원, 이 중 방산(특수선사업부) 매출은 1조1447억원이었다. 방산을 매출 절반을 책임지는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HD현대미포 주주에겐 존속 회사인 HD현대중공업 신주가 주어진다. HD현대미포 보통주 1주당 HD현대중공업 보통주 0.4059146주가 배정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과 함께 올해 12월 싱가포르에 해외 사업을 담당할 투자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새 법인은 HD현대베트남조선, HD현대중공업필리핀 등 해외 생산 거점을 관리하고 신사업을 발굴한다. HD현대는 “최근 중국, 일본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국 내 1·2위 조선사 간 합병을 완료했다”며 “통합 HD현대중공업 출범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