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조선 산업 협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국 현지 조선소를 확보한 한화그룹은 한미 조선 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출범을 기념하며 미 현지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50억달러(약 7조원)를 투자하겠다고 27일 밝혔다.
26일(현지 시각)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필리조선소에서 미국 해사청(MARAD)이 발주한 ‘국가안보 다목적 선박’ 3호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의 명명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한미 정상 회담을 마친 직후 이동한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직접 참석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대통령실 위성락 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 주요 인사도 동행했다. 미국 측에서는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토드 영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메리 게이 스캔런 연방 하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행사 직후 골리앗 크레인과 도크 현장을 둘러본 뒤 방명록에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인 한화필리조선소에서 한미 동맹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길 기대합니다”라고 적었다. 전날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조선업 르네상스를 한미가 함께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정상회담에서 “미국 조선업은 오랫동안 쇠락해왔다”며 “한국과 협력을 통해 미국 내 선박 건조를 다시 부흥시키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앞서 한화필리조선소는 작년 말 한화오션(40%)과 한화시스템(60%)이 1억 달러를 투자해 인수했다. 한화는 이를 기반으로 미국 조선업 부흥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한국 조선 산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환영사에서 “한미 동맹의 새로운 지평을 열 조선 산업 협력의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며 “한화는 미국 조선 산업의 중추적 파트너로서 새로운 투자와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한화는 필라델피아 조선소의 연간 건조 능력을 현재 1~1.5척 수준에서 20척 규모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크·안벽 확충과 블록 생산 기지 신설을 추진하며, LNG 운반선·함정 블록 제작 등으로 영역을 확대한다. 50억달러 투자 재원은 한미 관세 협상의 핵심 성과로 조성된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산업 협력 펀드다.
같은 날 한화해운(한화쉬핑)은 한화필리조선소에 중형 유조선(MR탱커) 10척과 LNG 운반선 1척을 발주했다. 이는 ‘마스가 프로젝트’와 관련된 첫 실질적 수주 계약으로, 첫 선박은 2029년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발주는 미국 내 해운법 개정 움직임에 대응해 자국 선박 건조를 강화하려는 차원이다. 한화해운은 이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의 에너지 안보를 지원하는 한편, 글로벌 에너지 물류 분야에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