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 당사자들은 40여 노선에 대해 2019년 공급 좌석의 9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양사가 2019년 특정 노선에 연간 1만개 좌석을 공급했다면, 결합 이후 최소 연간 9000석 이상을 유지하라는 겁니다. 합병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드는 걸 방지하자는 차원입니다.

하지만 소비자 편의를 위해 내린 조치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인천~괌’ 노선입니다. 과거 이 노선은 가족 단위 여행객과 신혼여행 수요가 몰리는 인기 노선이었고, 대한항공이 단독으로 비행기를 띄우고 있었습니다. 이후 진에어(2010년)·제주항공(2012년)이 차례로 진입했습니다. 경쟁 있는 곳에 가격 인하와 서비스 개선이 있었고,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매해 인기 여행지는 변하고, 여행 수요가 노선별로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올해 1~7월 ‘인천~괌’ 노선 여객 수는 약 37만8000여 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 약 66만9000명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달러 강세, 비싼 현지 물가의 영향으로 괌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떨어진 탓입니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공정위 지시를 지키기 위해 주 14회였던 운항을 21회, 7회였던 운항을 14회로 되레 늘리고 있습니다.

수요는 줄었는데 공급이 늘면서 시장이 왜곡됐습니다. 이 노선을 운항하던 제주항공이 수익성 악화로 운항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비자를 보호한다던 조치가 되레 경쟁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진 셈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원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최근 대한항공은 부산~괌, 부산~다낭 노선을 증편했고, 아시아나항공은 인천~푸껫 노선을 재운항하는데 수익성만 보면 여객기를 띄울 상황이 아니라고 합니다.

항공 업계에서는 “시정 조치를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공정위가 원칙만 고수하지 말고, 시장 현실을 반영해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때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