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2차 상법 개정안’이 잇따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법 개정의 후폭풍이 기업에 대한 압박을 넘어 결국 소비자에게 ‘제품 가격 인상’과 ‘일자리 축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기 자본의 경영권 공격 가능성 증가, 사업장 이전 같은 경영상 판단까지 노조의 쟁의 대상으로 확대하면서도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제한하는 개정법 조항 하나하나가 모두 기업에는 ‘비용 부담’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 부담이 커지면, 결국 가격 인상과 고용 축소 검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픽=정인성

25일 ‘더 센 상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하자, 재계에선 막대한 ‘경영권 방어 비용’ 지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같은 개정 법 핵심 조항들을 해외 투기 자본이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미비한 가운데 이번 법 개정으로, 과거보다 외국계 투기 자본의 경영권 공격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해외 행동주의 펀드 소버린의 SK 공격 사례, 2018년 엘리엇 펀드의 현대모비스 공격 사례가 재연될 경우, 공격에 노출된 기업은 엄청난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2003년 당시 소버린이 SK그룹의 지주사인 SK㈜ 주식 14.99%를 집중 매입하며 경영권 확보에 나서자, SK는 ‘백기사’ 위임장 확보에 무려 1조원을 써가며 간신히 공격을 막았다. 경영권 공격으로 주가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소버린은 경영권 장악에 실패했지만, 9459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고 철수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적대적 M&A(인수·합병)가 들어오면, 현실적으로 무슨 비용을 써서라도 막을 수밖에 없는데 그만큼 기업 성장에 필요한 R&D(연구개발)와 시설 투자 여력도 줄어들게 된다”고 했다.

전날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 역시 지금도 선진국 대비 잦은 파업을 더 일상화해, 기업들에 과도한 부담을 지울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국노동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국가 간 동일 데이터가 존재하는 지난 10년간(2009~2018년) 한국의 노동 손실 일수는 연평균 41일(임금 근로자 1000명당)로 미국(6.0일), 독일(4.3일), 일본(0.2일) 등 선진국 대비 월등히 높았다. 최근 경제 6단체가 낸 공동 성명에 “수백 개 협력 업체가 참여하는 건설 업종의 경우, 협력 업체가 파업을 진행해 아파트 건설이 중단되면 그 피해는 일반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하는 내용이 담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들은 하청 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 허용이 결국 ‘직접 고용’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부와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정년 연장’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분석에 따르면, 법정 정년이 65세로 연장될 경우 60~64세 정규직 근로자(59만명) 고용에 따른 임금, 4대 보험료 등 비용은 연간 30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5~29세 청년층 90만2000명을 고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민주당 주도의 잇단 반기업 입법뿐 아니라, 산업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미필적 고의 살인” “면허 취소” 등 강도 높은 경고를 이어가는 것도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DL이앤씨 등은 일부 현장의 작업을 중단했고, 다른 기업들 역시 ‘자칫 회사 문을 닫게 될지 모른다’며 크게 위축된 상태다. 건설 계열사를 둔 한 그룹 고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에 강도 높은 산재 처벌까지 이어지면서, 공사 지연이 발생하는 사업장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같은 비용이 결국 최종 소비자에게도 전가될 수 있다”고 했다. 부담이 급증한 건설사들로선 저가 수주가 불가피한 공공 공사를 피하고 상대적으로 ‘가격 전가’ 여지가 큰 민간 아파트 공사를 늘릴 수밖에 없고, 결국 아파트 공사비와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요 그룹의 주력 사업이 대부분 부진한 데다 노동 관련 법안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인건비 부담도 한층 커진 상황”이라며 “노동 관련 리스크가 커질수록 대규모 신규 채용보다는 인공지능(AI), 로봇과 같은 기술 도입에 더 관심을 많이 쏟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