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해외 핵심 사업으로 추진했던 베트남 호찌민 초대형 복합단지 사업을 중단한다. ‘베트남판 잠실’에 비유될 만큼 대형 프로젝트였지만, 현지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면서 사업비가 급증한 여파다.

롯데는 지난 20일 호찌민시 인민위원회에 사업을 중단하고 할당받은 부지를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당초 롯데는 베트남 최대 도시인 호찌민시 투티엠 지구에 지하 5층·지상 60층 규모 쇼핑몰과 호텔, 레지던스, 아파트 등 대형 복합단지(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를 짓기로 하고, 2017년 호찌민시와 사업 계약을 맺었다. 쇼핑, 호텔, 건설, 자산개발 등 계열사 네 곳이 총 2200억원을 출자해 현지 법인도 만들었다. 신동빈 회장도 2022년 8·15 특별 사면을 받은 뒤 첫 공식 해외 출장으로 그해 9월 열린 이 사업 착공식을 선택했을 정도로 이 사업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호찌민시는 계약 이후 약 8년 만인 지난 7월에야 토지 사용료를 책정했다고 한다. 그것도 애초 롯데가 예상한 1000억원의 10배인 거의 1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 게다가 사업이 지연되는 사이 건설 비용이 급증하며 총사업비가 당초 예상한 1조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뛰었다. 롯데는 호찌민시에 외부 투자자 유치, 토지 사용료 납부 기한 및 방식 조정 등을 요청했지만, 호찌민시는 토지 사용료부터 납부하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관계자는 “사업비가 급증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롯데는 현지에 직원들을 파견하고 사무실을 운영했지만, 토지 사용료가 결정되지 않아 펜스를 쳐 놓았을 뿐 실질적인 공사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롯데 관계자는 “철수 절차가 완료되면 사업을 위해 만든 회사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되고 사업에 출자한 계열사 4곳은 출자금을 돌려받게 된다”고 말했다.

롯데가 중국 시장 이후 공을 들여온 베트남에서 야심 차게 시작한 사업을 접는 데는 최근 롯데그룹의 상황도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무엇보다 수익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지 않고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손절하겠다는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