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상반기 매출에서 원가 비율이 약 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관리비를 고려하면 생산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가 수치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24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최근 구조 재편 협약을 맺은 석화 업체들의 반기 보고서를 개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이들의 상반기 매출원가율 평균은 98.6%였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100원에 파는 제품을 만드는 데 원가만 98.6원에 이른다는 뜻이다. 1.4원에 불과한 마진에서 다시 판매관리비(각종 급여와 운영비 등)를 뺀 게 영업이익인데, 마진 자체가 워낙 박하다 보니 석화 업체들은 제품을 팔면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인 것이다. 국내 주요 제조업 평균 매출원가율은 약 80~90% 수준이다.
조사 대상 석화 업체들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2021년 87.6%, 2022년 92.3%, 2023년 93.8%, 작년 94.7%로 계속 악화되고 있다. 주력 제품인 에틸렌이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은 상태에서도 60~70% 수준의 공장 가동률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을 한번 멈추면 다시 가동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공장을 돌려 고정비라도 벌충하자는 계산이다. 그 결과 재고가 쌓이고 헐값 판매가 이어져 수익성 지표가 나빠지는 악순환이 심화되는 것이다. 조사 대상 기업은 모두 상반기 적자를 냈고, 총 적자 규모는 1조8000억원이 넘었다.
지난 20일 국내 10대 석화 업체들은 ‘석유화학 업계 사업 재편 자율 협약’을 맺었다. 내년 완공을 앞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를 합친 국내 전체 나프타분해설비(NCC) 용량 1470만t의 18~25%(270만~370만t)를 기업이 ‘자율 감축’한다는 게 골자다. 다만 정부의 개입 없이 기업 간 협의만으로 매각이나 설비 통폐합 같은 근본적인 구조 재편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기업들은 당장은 정부가 과제로 제시한 NCC 감축을 1순위, 구조조정을 2순위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