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개인 회사를 통해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 에어프레미아 경영권을 노리는 가운데,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에어프레미아에 비용 감축을 지시해 구성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여러 복지를 없애고 채용 인원 감축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김정규 회장과 그의 세 딸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AP홀딩스는 오는 9월 말 에어프레미아 지분 22%를 인수하기 위한 잔금 납부를 앞두고 있다. 지난 5월 에어프레미아 2대 주주인 대명소노·JC파트너스가 소유한 지분 22%를 인수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금 200억원을 지불한 상태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지난달 23일 대전고등법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그는 대리점 명의를 위장해 수십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연합뉴스

잔금 994억원을 완납하면 김 회장 측 지분이 70%를 넘어 단일 최대 주주이자 단독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게 된다. 현재 AP홀딩스는 지분 48%를 갖고 있지만, 2대 주주와 공동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 회장은 계약금 지불 후 직원들에게 “에어프레미아가 실패하면 임직원 여러분의 인생도 실패하는 것”이라는 서한을 보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아직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했지만, 김 회장은 비용 절감 방안을 제시했다. 해외 비행 근무를 하는 운항·객실 승무원 복지를 줄이고, 근로 조건을 바꾸는 게 골자다. 비용을 줄인 직원에게 포상금을 준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에어프레미아 노동조합에 따르면 회사는 해외 비행 시 승무원에게 제공되는 숙소, 셔틀버스 등 체류비 삭감을 검토하고 있다. 숙소 등급을 낮추고 승무원들의 공항-숙소 간 이동을 위해 회사가 지원해 온 승무원 전용 셔틀버스 운영을 취소한다는 내용이다.

승무원 휴식 시간을 줄이고, 퀵턴(당일 비행 후 현지 체류 없이 돌아오는 비행 업무에 투입되는 것)을 늘리기로 했다. 당장 이달부터 인천~다낭 노선을 ‘현지 체류’에서 퀵턴 근무로 바꿨다. 다른 항공사들은 중거리 노선을 비행한 운항·객실 승무원의 피로도를 고려해 1박의 휴식을 보장한다.

김 회장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회사 인력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검토하라고도 지시했다. 현재 에어프레미아에는 1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국토교통부에서 권고하는 항공기 1대당 필요 인력에 따라 운항·객실 승무원, 정비사 등 적정선을 맞추고 있으나 항공기 추가에 따라 인력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항공사가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면 안전 관리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의 인력은 타사 대비 적은 편이다. 업무 환경이 열악해 이직이 잦고, 퇴사율이 높기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 측은 “김정규 회장은 지난 5월 계약 체결 후 대주주로서 기업 실사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것일 뿐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국토부 권고에 따라 적정 인력을 두고 운영하고 있으며 노조 의견은 과도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규 회장은 지난 7월 80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구속됐다. 김 회장은 타이어뱅크 판매대리점을 운영하며 개인사업자인 점장이 독립 운영하는 것처럼 명의를 위장하는 방법으로 종합소득세 등 수십억원을 탈루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