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에 50년간 로열티를 지급하는 등의 계약을 맺었다는 논란과 관련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정당하다고 생각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그 수준을 저희가 감내하고도 이익을 남길 만하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체코 측과 원전 수주 계약을 급하게 완성하기 위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졸속 불공정 협약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황 사장의 발언은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관련 협상 결과에 만족할 수는 없지만, 이를 바탕으로 향후 원전 수출 과정에서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 뉴스1

서 의원은 “(한수원은) 언론과 상임위에서 ‘기술 자립을 100% 완료했기 때문에 (원전을) 수출하는 데 있어서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협약 결과를 보면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며 “결국 원천 기술은 웨스팅하우스에 있는 것으로 원전 수출에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황 사장은 “애초부터 ‘100% 우리 기술’이라고 주장한 바는 없다”면서도 “제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자력 업계 일부에서 오해가 생기게 홍보했다면, 그것은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체코 원전을 처음 수주할 때 설정했던 사업 내용과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정 체결 이후에 변경된 내용의 차이는 무엇이냐’는 질의에 “총액과 퍼센트로 나눠봤을 때 웨스팅하우스에 큰 포션(몫)이 가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웨스팅하우스는 공급망이 없다”며 “공급망이 없는 쪽에선 포션을 어느 정도 가져가도 결국 공급망이 있는 쪽으로 의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웨스팅하우스가 별도의 공장을 갖추지 않고 있기에 한국의 원전 관련 업체에 관련 부품 공급을 맡길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황 사장은 언론에 보도된 세부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 유지 조항을 들어 확인하지 않았다. 황 사장은 “(국회에서) 위원회 의결 등 출구를 만들어 주시면 정확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정부가 지난해 7월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하자 최신 한국형 원전 APR100이 자사의 원천 기술에 기반한 것이라며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체코 정부는 한수원과의 계약을 미뤘다. 결국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월 지식재산권 분쟁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비밀 계약에 따라 양측은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일부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공개된 내용을 보면 앞으로 50년 동안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와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맺고 1기당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내는 조항이 들어간다. 또한 소형모듈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을 개발해 수출할 때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는지 검증을 통과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