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s·법화나 자산과의 교환 비율을 고정한 암호화폐) 제도화를 위한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민병덕·강준현·안도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민주당은 스테이블코인을 중요한 입법 과제로 보고 있다. 강준현 의원 주도로 추진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설계한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를 7월 16일 만나 인터뷰했다. 김 변호사는 6월 17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민주당 정무위원회가 주관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 혁신 법안 공개 설명회’에서 해당 법안의 주요 내용을 직접 설명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해시드 싱크탱크인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로 재직할 때 김 실장과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 ‘디지털 G2를 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설계도’ 보고서를 냈다.

김 변호사는 10년 이상 금융감독원에서 경력을 쌓은 디지털 금융과 가상자산 분야 전문가다. 김 변호사는 “필요와 시장 경쟁력은 다르다”면서 “토큰화된 원화가 과연 시장에서 잘 쓰일지와 별개로, 블록체인 시대에 원화를 ‘토큰화된 형태’로 갖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 연세대 법학, 사법연수원 41기,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법학 석사, 성균관대 경영학 석사, 현 금융보안원 금융보안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전 금융감독원 가상자산 전담팀 /사진 태평양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가.

“토큰화된 원화가 과연 시장에서 잘 쓰일지와 별개로, 원화를 토큰화된 형태로 갖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 미래 사회 인프라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바뀔 것이어서다. 유럽은 디지털 신원 증명에 블록체인을 쓰고자 통합된 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해 ‘유럽 블록체인 서비스 인프라(EBSI)’를 구축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 수익증권에만 한정되지만, 해외에선 지분증권이나 채무증권 같은 전통 증권까지 모두 토큰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블랙록은 펀드 및 머니마켓펀드(MMF)를 토큰화해서 거래한다. 세계는 블록체인 인프라로 바뀌고 있다. 블록체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는 토큰화된 형태여야 하므로, 토큰화된 원화는 필수다. 필요와 시장 경쟁력은 다르다. 원화를 토큰화된 형태로 준비하지 않으면, 지금 원화 수요로 존재하던 것이 토큰화된 다른 법화 수요로 넘어갈 수 있다.

따라서 방어적인 목적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다. 현재의 원화 수요를 토큰화된 형태의 달러에 다 뺏기지 않고, 기본적인 통화 수요를 방어하기 위해서다. 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처럼 토큰화된 원화의 다른 형태도 있지만,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이 공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빨리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마련해 규제 샌드박스로라도 도입하자고 하는 이유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서 잘 쓰이는 환경은 정부가 전략적으로 만들 수 있다. K-콘텐츠 관광 수요를 이용하거나 삼성전자 기기의 필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반영하는 방식이다.”

간편결제가 대중화된 한국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유용성을 찾을 수 있나.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수단으로서 장점은 국내보다 국경 간 거래에 있다. 국내시장에서는 간편결제나 신용카드와 비교했을 때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이 크지 않다. 스테이블코인은 원래 국내 수요를 위한 게 아니라 국경 간 거래에서 유용한 수단이다. 스테이블코인의 또 다른 유용성은 프로그래밍이다. 조건을 설정하면 이용자가 집행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집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역 대금을 결제할 때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바로 대금이 지급되도록 구성할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통화정책 유효성을 낮춘다는 우려가 있다.

“미국이 지니어스법(GENIUS Act·미 스테이블코인 혁신법)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고 글로벌 플랫폼이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해서 리스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바닷물이 계속 올라와서 몸이 잠기는 상황이라면, 가만히 있는 것이 해법이 아니지 않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한국은행의 우려는 옳지만, 주변국 중앙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며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인지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며 산업으로 육성하는 정책 기조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영국 중앙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과 함께 ‘픽스트라이얼 프로젝트(Pyxtrial Project)’를 진행 중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자산과 부채 일치 여부를 검증하는 시스템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량과 준비자산 보유 현황을 비교해 차이가 발생하면 개입하는 구조다.”

스테이블코인이 앞으로 더 많이 쓰일 것으로 보나.

“지니어스법이 통과되면서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되었으므로, 앞으로 국내에서도 사용자가 많아질 것이다. 아마존 같은 미국 플랫폼에서 그동안 신용카드 결제를 제공했다면, 앞으론 USDT(테더), USDC(서클) 같은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포함할 거다. 신용카드보다 편리하고 수수료가 적은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직구 거래에서 통용되며 사용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산업으로 자리 잡을까.

“디지털 자산 시장의 규모는 앞으로 굉장히 커질 것이다.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규제기본법안(MiCA)만 봐도, 서문에 ‘디지털 자산 시장은 4차 산업이며, 블록체인은 지급 결제 분야에서 혁신성이 많다’고 나와 있다.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 산업이 커진다면, 우리가 이 산업을 가져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은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전역에 깔려 있고, 개발자 역량이 높다. 규제만 뒷받침되면 한국이 디지털 자산 산업을 ‘포스트 제조업’으로 만들 수 있다.”

해외 제도화 사례에서 참고하거나 반면교사 삼을 점은.

“일본, 유럽, 싱가포르, 홍콩, 미국 순서로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이뤄졌다.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일본은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이체 한도를 거래당 100만엔(약 938만원)으로 제한하고 은행, 신탁회사, 자금 이체 업자 등 공신력 있는 기관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제했다. 리스크가 없도록 최대한 안전하게 만들었는데, 인가가 어렵고 자금 송금 한도가 제한돼 제대로 된 스테이블코인이 일본에서 나오지 못했다. 좀 더 많은 당사자가 자유롭게 참여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홍콩의 스테이블코인 입법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프레임워크에 참고할 만하다. 홍콩은 ‘규제 대상 스테이블코인 활동’에 스테이블코인을 홍콩에서 발행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홍콩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해외에서 발행하는 행위까지 포함했다. 해외에서 발행된 자국 법화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에까지 국내 규제를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원화 역시 국제적인 통화가 아니다. 해외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더라도 결국 한국 시장에서 사용된다. 국내 규제를 미준수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유통을 널리 허용하면 규제 우회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국내 규제가 적극적으로 역외 적용되도록 참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