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미 행정부가 국제에너지기구(IEA) 부사무총장을 화석연료 강화 정책에 공감하는 인물로 교체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이 “IEA가 개혁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IEA를 탈퇴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미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최근 10월 1일부터 IEA 자금 지원을 끊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미국은 51년 전 IEA 창립 멤버이자 분담금 중 15%를 맡은 핵심 회원국이다. 이 때문에 IEA가 최대 위기에 놓였다는 반응이 나온다.
미국은 왜 IEA를 흔드는 것일까. 우선 미국이 2010년대 ‘셰일 혁명’에 힘입어 석유 최대 소비국에서 세계 1위 산유국으로 탈바꿈한 것이 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IEA는 우리나라와 미국을 포함한 32개 에너지 소비 선진국이 속한 협의체다. 1970년대 1차 오일 쇼크로 유가가 폭등하자, 미국 등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우리도 뭉쳐 대응하자”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1974년 설립됐다. 중동 산유국에 맞서 에너지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비축유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그 중심에 미국이 있었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미국이 충분히 생산량을 확보한 만큼 중동 산유국에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IEA 탈퇴까지 거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IEA가 친환경 에너지 강화를 주장하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현재 IEA 부사무총장인 메리 브루스 워릭은 과거 오바마 정부 시절 미 국무부 국제에너지 관련 수석 부차관보를 맡았던 인물이다. 2021년 IEA 부사무총장에 부임한 후에는 친환경 에너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는 한 세미나에서 “석유·가스는 10년 내에 정점을 찍을 것이며 재생에너지는 2030년 이후에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IEA가 친환경 에너지를 강조하기 위해 데이터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6월 석유 수요가 10년 내 정점을 기록할 것이라는 IEA 전망이 틀렸다면서, “OECD는 2050년까지 석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파리기후협약에 이어 IEA 같은 국제기구까지 줄줄이 뒤흔드는 것은 창립 멤버로서 무책임한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