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미국의 관세 인하 대가로 미국산 자동차가 미국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한국 안전기준에 상관없이 수입을 허가하기로 했다.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1000억달러어치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구매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성장 전략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보고했다.
우선 자동차의 경우 미국이 요구하는 자동차 관련 비관세장벽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당초 정부는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통해, 미국차는 제조사별로 연간 5만대까지 미국 안전기준만 충족해도 수입을 허용했다. 이번에 이런 상한을 아예 없애기로 한 것이다. 다만, 미국차 중 국내에서 5만대 이상 팔리는 차종이 없어 실질적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3~4년 내’로 알려졌던 LNG 1000억달러어치 구매는 ‘트럼프 임기 내’ 이행하기로 했다. 총 3500억달러에 이르는 금융 패키지는 출자·대출·보증 등으로 조성하되 시한은 별도로 보고되지 않았다. 3500억달러 중 1500억달러는 미국 내 조선소 신설 및 인력 양성, 부품 등 공급망 재구축, 선박 건조 및 MRO 등을 포함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사용하고, 나머지 2000억달러는 반도체·의약품·이차전지·에너지·핵심광물 등 경제 안보 분야 협력에 사용한다.
한편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대미 투자 펀드 수익 90%를 가져간다’는 미국 주장에 대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며 추후 협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또 2000억달러 규모 펀드에는 개별 기업의 직접 투자가 포함될 수도 있다고 했다. 조선 협력에 대해선 “용접 기술 등을 미국 근로자에게 어떻게 훈련시킬지 등 구체적 프로그램을 제시해 (미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김 장관은 자동차 관세가 15%가 된 데 대해 “아쉬웠다”면서도 “협상 지원차 미국에 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은 됐기 때문에 나머지는 우리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 캐치업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