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마스가(MASGA) 프로젝트‘는 중국의 해양 패권 위협에 맞서 미국이 한국의 기술력을 활용하려는 기술 동맹이다. 이 프로젝트 앞엔 적잖은 난관이 버티고 있다. 한미 간 이견이나 사업 지연이 그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극적인 위협은 한국의 조선 경쟁력을 빠르게 갉아먹어 프로젝트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위협, 즉 중국의 가공할 물량 공세다. 중국의 압도적인 건조량이 지속된다면 한국은 일본 조선업처럼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5일 세계 최대 조선사 중국선박그룹(CSSC)의 핵심 자회사 2곳의 합병이 승인되며 위기감은 더 커졌다. 자산 규모 약 75조원으로 한국 1위 HD현대중공업의 4배. 세계 조선 역사상 최대 규모 조선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두 회사가 지난해 수주한 선박만 총 257척, 전 세계 선박 주문량의 17%에 달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한국으로선 중국을 압도하는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미국·인도·사우디 등과 협력을 통해 중국이 잠식하지 못하는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마스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열쇠라는 것이다. 1500억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 협력 펀드는 이런 전략을 위한 맞춤형 종잣돈이 돼야 한다.
글로벌 조선 시장 3위로 밀려난 일본도 권토중래하고 있다. 자국 1위 조선사 이마바리조선과 2위 재팬마린유나이티드의 합병을 통해 조선업의 덩치를 키워 중국과 한국에 맞서려 하고 있다. 두 조선사가 합치면 글로벌 4위의 대형 조선사가 탄생한다. 지금보다 더 밀리면 해양을 장악한 중국 앞에서 자신들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지켜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도 자국 조선업에 1조엔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으로선 조선업에 대한 이례적인 대규모 투자다. 미국과의 조선 협력이라는 면에선 한국의 마스가에 밀린 모양새지만, 일본은 미 해군의 유지보수·정비 물량을 확보하자는 계산도 있다. 중국으로선, 이런 한일의 전략은 견제 대상일 수밖에 없다. 거대한 한·중·일 조선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