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개된 '마스가(MASGA) 모자'의 모습.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제작해 10개를 미국에 가져갔다고 한다. /뉴스1

지난 3일 ‘빨간 모자’ 하나가 한미 관세 협상 후일담의 중심이 됐습니다. 정부가 공개한 이 ‘마스가(MASGA) 모자’엔 양국 국기와 함께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영어 문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미국에 이 모자 10개를 가져갔다”고 했습니다. 관세 협상 타결의 열쇠였던 마스가 프로젝트를 상징하는 소품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졌습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한미 관세 협상 뒷얘기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모자 사진뿐 아니라 ‘모자 특송 작전’ 후기도 배포했습니다. 지난 6월 초부터 디자인했고, 미국의 협상팀에 24시간 만에 배송했다는 내용입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설득하는 데 사용됐다는 가로·세로 1m 크기 마스가 설명 패널을 식탁보로 덮어 나르는 사진,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도시락을 먹는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지난 1일, 미국 뉴욕 총영사관에서 주요 협상 의제를 정리하는 모습이라며 산업부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이다. 김정관(맨 오른쪽) 장관과 여한구(맨 왼쪽) 통상교섭본부장이 도시락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페이스북

협상팀이 일본 등 경쟁국과 비교해 나쁘지 않은 결과를 이끌어낸 건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정부 협상팀이 밤을 새우며 고민하고 미국 정부를 설득한 노고도 인정받아야 합니다. 다만 일각에서 나오는 “마치 승전고를 울리는 것 같다”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새겨들었으면 합니다.

통상 전문가들은 “진짜 협상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쌀 시장 개방과 2000억달러 투자 펀드 운용에 대한 한미 통상 당국의 말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조선업 협력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을 뿐입니다. 한미 정상회담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추가 청구서를 내밀지 알 수도 없습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4일 김정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협상이 마무리된 거라고 보기에는 아직은 좀 성급한 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13년간 지속된 한미 FTA의 제로 관세 효과를 하루아침에 잃고 15% 관세를 물게 된 자동차 산업이나 50% 관세라는 거대한 장벽을 만난 철강 산업의 주무 부처는 다름 아닌 산업부입니다. 후일담에 앞서 이 산업 종사자들이 감당할 짐을 함께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