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 협의를 하고 있다./기획재정부

미국의 관세 부과 시점(8월 1일)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은 한국에 ‘일본 규모의 투자 및 구매’를 강력히 요구하는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60조원) 규모 투자 펀드를 조성하고, 보잉 항공기 100대와 미국산 방산 구매 예산 증액(30억달러)을 약속했다.

당초 미국은 일본과 협상 타결 전부터 한국에 4000억달러 규모의 투자 기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협상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즉흥 증액’까지 고려하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날 우리 정부 소식통은 “미국의 요구를 다 합치면 4000억달러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후 화상을 통해 미국에 있는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방일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의 보고를 받았다. 앞서 세 사람은 지난 29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협상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8월 1일 시한은 연장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구 부총리는 현지 시각으로 31일 오전 9시 45분(한국 시각 31일 밤 10시 45분) 스콧 베선트 미 재무 장관과 담판을 벌인다. 핵심 쟁점은 ‘투자 규모’와 ‘시장 개방’이다. 미국은 ‘4000억달러 규모 펀드’ 조성에 더해 ‘미국산 제품 대량 구매’, 쌀·소고기·자동차 등에 대한 일부 개방까지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담판을 앞두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30일 워싱턴DC로 향했다. 정 회장은 미 정부 인사와 만남을 추진하는 등 정부 협상을 측면 지원할 전망이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과 호세 무뇨스 사장도 합류한다. 지난 4월부터 25% 자동차 관세로 타격을 받고 있는 현대차는 ‘자동차 관세 인하’에 사활을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