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정한 25% 상호 관세 시한(8월 1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조현 외교부 장관이 이번 주 미국을 찾는다. 구 부총리는 31일(현지시각)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미국은 앞서 27일엔 스코틀랜드에서 EU(유럽연합)와 관세 협상을 벌이고, 28~29일에는 스웨덴에서 중국과 고위급 무역 회담을 갖는다.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 한국이 협상 가능한 날은 사실상 30, 31일 이틀에 불과한 상황이다.
벼랑 끝 담판을 벌여야 하는 우리 정부는 ‘조선(造船) 협력’ 카드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5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의 뉴욕 사저에서 2차 협상을 벌였다. 밤늦게까지 진행된 협상에서는 한국의 대미 투자 및 농산물 개방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장관은 이날 조선 분야에서 양국 협력 비전을 담은 대형 패널을 만들어가 러트닉 장관에서 상세하게 소개했다고 한다.
26일 대통령실은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이 화상으로 참석한 가운데, 대미 통상 긴급 회의를 열었다. 회의가 끝난 후 대통령실은 “미국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양국 간 조선 협력을 포함한 상호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에 제안한 방안이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조선’을 콕 집어 거론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매우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고 여기에 대해 러트닉 장관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선 협력’이 대규모 대미 투자와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원하는 미국을 설득할 협상 카드가 될지 주목된다. 중국과 해양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자국 조선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국이 기여해달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 김정관 장관의 방미에 앞서 우리 조선 3사와 통상 전문가들에게 다양한 대미 조선 협력 방안을 청취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조선 협력을 ‘한미 조선 동맹’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