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 /연합뉴스

“국가 전력망을 어떻게 확충할지까지 국민한테 묻겠다는 건가요. 전력망을 제때 짓지 못한 책임부터 져야죠.”

한국전력이 다음 달 14일까지 한 달간 ‘국가 전력망 적기 확충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을 연다고 14일 밝혔습니다. 공모를 본 한 에너지 분야 교수는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한전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주민 반발과 지자체의 인허가 지연으로 지지부진해진 전력망 건설 문제를 국민의 아이디어로 풀어보겠다는 겁니다. 대상 300만원 등 총 상금 규모는 700만원입니다. △신속 인허가 등 제도 개선 △시공 기간 단축을 위한 기술 혁신 △주민 수용성 확보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전 국민에게 받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해도, 상금까지 걸며 국민에게 아이디어를 구하겠다는 한전의 발상을 두고서는 ‘정말 이게 최선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특히 시공 기술처럼 전문적인 영역까지 일반 국민의 아이디어를 받고 예산을 쓰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또 다른 에너지 분야 교수는 “전력망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한전의 막대한 적자와 부채”라며 “근원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엉뚱한 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수년씩 미뤄지는 게 일반적인 전력망 건설은 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난제’입니다. 하지만 AI(인공지능)의 확산으로 발전소에서 수요지까지 전기를 실어 나를 송배전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지금, 꼭 풀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국내 최장(最長)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가 지나는 마을 79곳에서 동의를 얻기 위해 한전은 주민들과 6년간 1100회가 넘는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생선회를 사다 나르고, 지역 대표를 만나려고 해발 1560m 산 정상을 직원들이 찾았다고 합니다.

한전은 2021~2023년 해마다 수조 원대 적자가 쌓이고, 부채가 200조원을 넘는 가운데에도 “전력 인프라 개선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모전을 보면 그동안 어떻게 할지 마땅한 방법도 없이 구호만 외쳤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