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1만32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매년 ‘파행’을 겪었는데 17년 만에 표결이 아닌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의 합의로 타결이 됐습니다. 내수 침체와 미국발 관세 쇼크 등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 의식을 바탕으로 서로 한발씩 양보한 결과라는 평가입니다.

다만 이번 결정 과정에서 민노총 소속 위원 4명은 “사용자의 주장만을 반영한 안(案)은 저임금 강요를 위한 절차에 불과하다”며 퇴장했습니다. 민노총은 최저임금 결정 다음 날인 11일에도 성명을 내고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강력히 반대하며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업종별 차등 적용 폐기,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 확대,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는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쟁취를 위해 흔들림 없이 투쟁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재계에선 ‘최저임금 쟁점에서 노조가 얻은 게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민노총이 노란봉투법 입법 같은 큰 목표를 얻기 위해 정부와 기업을 동시에 압박할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올여름 하투(夏鬪·노조의 여름철 쟁의)에서 일부 민노총 산하 대기업 노조는 기업이 당장 수용하기 불가능한 정년 연장, 주 4.5일제 같은 대통령 공약까지 투쟁 테이블에 올린 상황입니다. 하반기 더욱 큰 미국발 관세 쇼크가 예고된 가운데, 기업들로선 ‘산 넘어 산’인 형국입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은 역대 정부 출범 첫해 기준 김대중 정부 첫해 인상률(2.7%)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긴 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소득 주도 성장’을 강행하며 16%, 10%씩 끌어올린 최저임금은 1만원이 넘었습니다. 같은 2%대 인상률이라도 분모가 커진 만큼 단순 비교만 하면 ‘퍼센트의 함정’에 빠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루하루 폐업 벼랑 끝을 걷는 소규모 자영업자들로선 이번 인상률도 ‘버겁다’는 하소연이 나옵니다. 민노총도 경제 위기 상황에서 보다 대승적인 자세를 보여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