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1~6월)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15%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관세 전쟁’이 이어지고, 작년 12월 이후 국내 정치적 혼란이 계속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잇따라 투자를 보류했다는 것이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상반기 FDI 신고액이 약 131억달러(17조7800억원)로 작년 상반기(153억4000만달러)보다 14.6% 감소했다고 밝혔다. 2023년 역대 상반기 최대 신고액(170억9000만달러)을 달성한 후 2년 연속 감소세다.

제조업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34.5% 감소해 53억3000만달러에 그치며 전체 FDI 규모를 줄였다. 특히 그동안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를 이끌던 전기⸱전자(14억달러), 기계장비⸱의료정밀(2억6000만달러) 분야가 각각 61.6%, 77% 급감했다.

지역별로는 지난해 1위였던 중국(18억2000만달러)이 39% 급감했고, 일본이 25.4% 줄어든 21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서비스 투자가 늘어나며 전체적으로는 플러스를 나타냈지만 제조업에선 각각 16.2%, 21.4% 감소했다. 미국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을 이어가며 보호무역의 벽을 높게 쌓는 상황에서 주요 타깃 중 하나인 한국에 투자하려는 손길이 줄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12·3 비상계엄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도 투자를 줄였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책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계엄 후 외국 투자자들의 미팅이 일제히 취소됐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홍지상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2023년과 지난해, 제조업 투자 위주로 FDI가 전체적으로 증가해 왔는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생긴 작년 말부터 투자를 유보하면서 FDI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