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국 수출액이 598억달러로 전년 대비 4.3% 증가하며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6월 중 최대 수출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특히, 최근 한국 수출을 주도한 반도체가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플러스 전환’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의 ‘6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했다. 지난달 수출액과 수입액은 각각 598억달러와 507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수출액은 4.3%, 수입액은 3.3% 증가했다.
◇6월 반도체 ‘호조’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반도체 수출은 149억7000만달러(약 20조2000억원)로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반도체는 작년 12월 역대 최고치인 약 145억달러를 나타냈지만, 이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반도체는 전년 대비 11.4% 증가한 733억달러를 기록, 역대 상반기 중 가장 높은 실적을 나타냈다.
그 배경에는 AI(인공지능) 서버 수요 확대와 세계적인 데이터센터 확충 흐름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DDR5와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고부가 제품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진 가운데, 올 들어 주요 메모리 제품 고정 가격까지 반등한 것도 요인 중 하나다.
지역별로는 9개 주요 지역 중 미국과 중국을 뺀 나머지 지역에서 수출이 모두 증가했다.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모두 감소세를 나타낸 것이다. ‘트럼프 관세’ 영향으로 6월 대미 수출은 112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0.5% 줄었다. 대중 수출은 104억2000만달러로 2.7% 감소했다.
반면 미·중 양대 시장의 수출 감소분이 EU(유럽연합)과 아세안, 인도 등 대체 시장에서 나타난 호조세로 상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대아세안 수출은 반도체·선박·철강제품을 중심으로 2.1% 늘어난 97억6000만달러로 1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대EU 수출도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선박, 석유제품 수출이 늘면서 14.7% 증가한 58억달러를 기록, 4개월 연속 플러스를 나타냈다. 인도는 전년 대비 2.3% 늘어난 15억9000만달러로 역대 6월 중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는 ‘선방’
올 상반기(1~6월) 전체로는 수출이 3347억달러로 전년 대비 0.03% 감소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무역 수지는 278억달러 흑자를 나타내 작년보다 48억달러 개선됐다. 미국발 관세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은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체 시장과 반도체 등 ‘수출 효자 품목’의 성과 덕분에 전체적으로는 비교적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석유화학과 유가 변동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석유제품은 수출 실적이 저조했다.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은 215억달러로 작년 상반기보다 18.8% 줄었고, 석유화학은 216억달러로 11.4% 감소했다. 저유가 흐름 때문에 수출 단가가 낮아졌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면서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수출 시장의 부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올 상반기 대미 수출은 양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일반기계의 수출 부진으로 작년보다 3.7% 줄어든 622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은 0.7% 늘면서 흑자 규모는 26억달러 축소됐다.